우리 속담에 '작은 고추가 맵다'는 말이 있다. 작은 몸집에 비해 야무지고 당찬 사람을 일컫는다. 이어령은 1982년, 작은 것을 잘 만들고 작은 것에 애착을 보여 왔던 일본 사람들을 축소 지향으로 해석했다. 독일의 경제학자 슈마허는 이보다 앞선 1973년에 작은 것이 아름답다고 선언했다. 그는 작은 것을 단순한 크기의 축소가 아니라, 사회철학, 생태학 관점에서 들여다보았다. 무한성장의 자본주의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어령식 축소와는 또 다른 차원의 작은 것 예찬이다.
최근 회자하는 인구절벽이란 용어처럼 우리도 2031년부터 총인구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는 우리나라가 유사 이래 처음으로 15~64세의 일할 수 있는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는 해이다. 일할 사람이 줄어든다는 것은 경쟁력의 관점에서 보면 지구촌 사람과의 경쟁에서 점점 더 이기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5년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1인 가구 수는 전체의 27.2%로 2인 가구 수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혼자 사는 가구가 늘어나니 1회 소비량은 점점 더 줄어든다. 일례로 같은 해 8월부터 도매시장에서 15㎏ 사과 상자가 사라졌다. 핵가족화로 1회 과실 소비량이 감소한 때문이다. 도매시장에서는 10㎏ 사과 상자로 대체됐지만, 동네 가게에서는 이미 1~2㎏ 소포장 거래가 관행이다.
1인 가구가 대세가 되는 시대를 맞아 소비자는 회당 점점 더 적은 양을 구매한다. 생산자는 이에 맞춰 더 작은 상품을 만든다. 작은 것이 더 큰 경쟁력을 가지는 시대, 작은 것을 새롭게 평가해야 한다.
기계가 아닌 사람이 중심이 될 때 작은 것은 더 큰 우위를 가진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기계의 방식에 맞춰졌다. 앞으로는 기계가 소비자의 취향을 이해해야 한다. 3D 프린팅은 맞춤형 상품을 만드는 기술이다. 나를 위한 단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인간형 기술이 주류가 될 수 있다.
10㎏ 상자도 클지 모른다. 1㎏ 이하의 더 작은 상자가 필요할 수도 있다. 비싼 석유를 태워 먼 거리를 이동해온 대량의 농산물에는 수많은 탄소 발자국이 들어 있다. 이웃이 전해주는 작은 상자에 담긴 농산물에는 따뜻한 정이 담겨 있다. 작은 상품이 믿음이 가는 이유이다. 나는 작은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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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드립니다
매일춘추 목요일 필자 이기홍 씨가 갑작스러운 신변 변화로 중도 하차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석태문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을 새로운 필자로 초빙했습니다.
약력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현)
-경북대 농업경제과 박사
- 미국 미주리주립대 방문연구원
-대통령소속 지역발전위원회 정책연구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