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거보다 제품 제작 더 싸
'스티로폼 쓰레기 처리 방법 없나요?'
대구지역 기초단체와 재활용업계, 주민들이 스티로폼 쓰레기 처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동안 이어진 저유가, 경기 악화 탓에 재활용 스티로폼 수출길이 막히면서 지방자치단체는 스티로폼 분리수거 기준을 강화하고, 관련 회사에는 처리하지 못한 재활용 스티로폼이 쌓여가고 있다. 주민들은 버릴 곳을 찾지 못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달서구청은 최근 구청 홈페이지와 공문 등을 통해 '재활용 대상이 되지 않는 스티로폼을 엄격하게 분리해 수거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업계는 전자제품 포장 완충재나 농수산물 포장상자 등 재활용 가능한 스티로폼은 스티커, 이물질을 제거하고서 배출하면 수거하고 있으나 컵라면 용기, 일회용 접시, 과일 포장 완충재 등은 수거 대상에서 제외했다.
스티로폼 수거 요건이 까다로워진 이유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재활용 스티로폼 사용보다 새로 제품을 만드는 비용이 저렴해졌기 때문이다. 경기가 좋고 재활용 스티로폼 수출이 활성화됐을 때는 수거업체들이 재활용 여부와 관계없이 스티로폼을 수거해 분리하고 이물질을 제거했지만, 최근에는 재활용품 단가가 바닥을 쳐 분리작업을 할 인건비조차 남지 않는다고 한다. 한 재활용 수거대행업체 관계자는 "행정기관 대신 직접 민간업체와 수거 계약을 맺는 일부 수도권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는 업체들이 아예 스티로폼를 수거하지 않는 곳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수거대행업체 관계자는 "수거업체보다도 재활용 스티로폼 수출'가공업체들의 어려움이 더 커 스티로폼을 창고에 쌓아둔 채 도산 위기에 처한 곳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배달음식이나 택배 등으로 스티로폼 배출량이 늘어난 가정들은 쓰레기 처리 비용을 두고 고민이 깊어졌다. 달서구 한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주부 송모(43) 씨는 "음식물이 담겼던 용기를 깨끗이 씻어서 내놨는데도 수거해가지 않는다"며 "명절에는 택배 스티로폼이 만만치 않게 나오는데 쓰레기봉투를 사서 처리하려니 부담스럽다"고 했다.
일부 지자체는 이에 따라 수거대행업체가 처리하지 못한 스티로폼을 직접 수거해 매립장으로 보내고 있다. 대구 한 구청 청소과 관계자는 "주민들에게 재활용 기준 강화 요건을 아무리 설명해도 재활용할 수 없는 스티로폼이 나오는데 수거하지 않으면 민원이 쏟아지는 바람에 구청 차량으로 모아서 매립장으로 보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