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정당 창당에 갈림길 선 경북 정치인들
새누리당 이탈세력에 의한 바른정당의 창당 작업과 조기대선 정국이 맞물리면서 지역 정치권에서도 새누리당 잔류냐 바른정당행이냐를 놓고 고민하는 정치인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의 양상은 조금 다르다. 대구에서는 국회의원에 이어 단체장까지 옮겨 가며 바른정당이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경북은 조용한 편이다. 국회의원이든 단체장이든 현역들 가운데는 신당행을 결행한 인물이 없다. 다만 전직들을 중심으로 서서히 탈당 대열에 합류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어 바른정당 바람을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아직 행동에 들어가는 인물들이 많지는 않지만 사태의 추이를 주시하면서 자신의 거취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전체적으로는 대구보다는 잠잠하다. 그렇다고 잠잠하기만 한 건 아니다. 다수가 관망 중이라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이다. 지역 정치의 중심이 새누리당에서 옮겨 갈 것인가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도 "전반적으로는 아직 당을 옮기기에는 여건이 성숙돼 있지 않다고 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새누리당을 지키겠다는 건 아니다. 상황을 지켜보며 관망 중"이라고 했다.
▷중부권
구미지역에서 백승주 국회의원은 친박 중의 친박인 진박으로 분류된다. 경북도당 위원장까지 맡고 있어서 요지부동파로 분류된다. 장석춘 국회의원 역시 친박으로 분류돼 구미지역 두 의원은 바른정당과는 거리가 먼 인물들이다. 대신 지난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경선을 통해 백 의원과 장 의원에게 밀려났던 인물들이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으로 몸을 옮겨 싣고 있다. 구자근(50) 전 경북도의원과 백성태(65) 전 국가정보원 부산지부장(극동대 석좌교수), 김상훈(62) 전국택견연합회 회장 등 20대 총선 때 새누리당 경선에 참여했던 인물들이 바른정당으로 가기 위해 새누리당을 탈당했거나 조만간 탈당할 것으로 보인다.
바른정당 구미권 지역위원장에 내정된 구 전 도의원은 "현재 지역상황에 비춰 무조건적인 일당 지지보다 건전한 긴장과 건강한 관계 속에서의 경쟁이 오히려 지역발전이나 미래의 대한민국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정직, 공정, 공평, 깨끗을 표방하는 바른정당이 저의 신념과 더 일치한다. 그래서 바른정당으로 간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구미지역 시의원들과 일반 당원들의 움직임은 별로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새누리당 당적을 갖고 있는 데다 이 지역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이라는 점에서 친 새누리 기류가 다른 지역보다 강한 탓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른 지역보다는 정치권 변화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관망하며 유불리를 따져 보고 있는 것이다. 시민 여론도 주요한 잣대이기 때문이다.
칠곡'성주'고령의 이인기(64) 전 국회의원은 현 상황을 신중하게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칠곡군의회 새누리당 6명과 무소속 1명, 성주군의회 새누리당 3명 무소속 5명, 고령군의회 새누리당 6명 무소속 1명인 도'군의원들은 지금까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정치권의 지각 변동에 대해 신중한 자세로 관망하고 있다. 김천지역 정치권의 움직임도 아직은 조용하다. 한 경북도의원은 "당이 어려운데 나만 살겠다고 나가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고, 새누리당 탈당에 대해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했다.
▷동부권
중부권보다는 움직임이 큰 편이다. 물론 현역은 없다. 다만 지난 4'13 총선에서 낙선했던 박승호 전 포항시장이 바른정당 경북도당 창당준비위 공동위원장을 맡아 경북 동부권 지역에서 바람몰이에 적극 나서고 있어 주목을 끈다. 박 전 시장은 "최순실 게이트로 새누리당의 보수 가치가 훼손되고 친박 패거리 정치가 만천하에 드러난 만큼 새누리당이 더 이상 국민들의 지지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다"면서 "현 상황에서 새로운 보수정당은 필연적이고 바른정당의 중심에 새로운 가치로 무장한 경북이 서야 한다"고 동참 이유를 말했다. 포항시장 도전 경력을 가진 모성은 한국지역경제연구원장도 바른정당 중앙당 창당발기인 자격으로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는 역할을 해나가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경주에서는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정종복 전 국회의원이 바른정당의 요청으로 발기인대회에 참석했다. 정 전 의원은 "김무성, 유승민 의원 등과의 친분으로 바른정당과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산에는 지난 총선에서 최경환 국회의원에게 도전했던 안병용(58) 전 새누리당 서울 은평갑 지구당 당협위원장이 바른정당에 입당할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 일색인 영천의 경우 지난해 4'13 총선 새누리당 후보 경선 대상에서 제외돼 예비후보를 사퇴한 김경원 전 대구국세청장이 바른정당 창당 발기인으로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정기택 영천시의원이 6일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정 시의원은 "당원 700여 명이 조만간 새누리당을 탈당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김영모 영천시의원도 다음 주 새누리당을 탈당할 예정이다.
울진은 군수 후보로 거론되는 전찬걸 전 도의원이 바른정당 발기인으로 이름을 올리고 울진지역 내 정당 사무를 위한 행보를 시작했다. 주호영 원내대표와 중학교 동창이기도 한 전 전 도의원은 "창립 멤버들과 친분 관계도 있고 바른정당이 말 그대로 바르게 흘러갈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말했다.
▷북부권
안동의 권오을 전 국회의원은 경북도당 창당준비위원장을 맡아 신당에 일찌감치 몸을 실었다. 권 전 의원은 "이번 국정 농단, 헌법 유린, 탄핵에 이르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며, 새누리당으로는 더 이상 시대적 과제인 서민 민생과 중산층 복원, 지방분권, 경제정의실현, 통일국가 건설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안동지역에는 4명의 무소속 시의원들이 바른정당 행 열차에 몸을 실었으며, 김선종 전 도의회 부의장과 배원섭 전 안동시의회 의장 등 전직 시'도의원 20여 명도 바른정당 입당을 서두르고 있다. 게다가 경북도당 창당과 맞물려 일반 당원 2천500여 명이 새누리당 탈당과 바른정당 입당 작업에 본격 나서고 있다.
또한 지난번 총선에서 새누리당 경선에서 탈락했던 권택기 전 국회의원의 거취도 관심이다. 권 전 의원의 경우 정서상 비박계로 분리되고 있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시절 국회에 입성한 전력과 늘푸른한국당을 이끌고 있는 이재오 전 의원과의 특수관계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새로운 정치 세력화에 몸을 실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주출신의 장윤석 전 국회의원도 최근 바른정당으로 옮기기 위해 지역 여론을 수렴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영주시의원은 "장 전 의원이 바른정당 행을 준비 중이다. 바른정당이 창당하고 정식으로 시'도당이 출범하면 지역에서도 적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경'예천의 이한성 전 국회의원도 지난달 26일 일찌감치 새누리당을 탈당, 정치 재기를 노리고 있다. 그는 "이제 부끄럽다. 새누리당은 국민을 잊었다.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떠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의원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캠프에 합류해 재기를 노리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문경의 새누리당 소속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등은 새누리당 잔류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