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플레이스] 보들보들~ 흰살의 매력…수은주 내려갈수록 맛있는 '아귀'

입력 2017-01-12 04:55:06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머리가 몸통의 반인 생선. 아귀의 큰 입은 '아구어'(餓口魚)로 불릴 정도로 식탐이 많고 공격적이다. 웬만한 먹이는 통째로 삼키고 3중으로 나 있는 이빨에 한 번 물리면 고기는 살아서 나가지 못한다. 배를 갈라보면 통째로 삼킨 고기들이 발견되는데 이 때문에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라는 속담이 생겼다고 한다. '일석이어'(一石二魚)인 셈이다.

지금은 겨울철 별미로 국민 어류의 반열에 올라와 있지만 아귀 역시 30년 전에는 가축사료나 퇴비 신세에 불과했다. 어부들이 잡는 족족 바다에 던졌다고 물메기, 도치와 함께 '3대 물텀벙'으로 꼽히기도 했다.

최근 해양수산부는 '2017년 어식백세(魚食百歲)' 수산물을 선정했는데 아귀는 굴과 함께 '1월의 생선'으로 뽑혔다. 심해성 흰 살 생선의 특징을 지니고 있고 비타민A, E를 많이 함유해 노화 방지, 시력 보호, 뼈 발육, 야맹증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공적(功績) 기록'도 실려 있다.

마산에서 처음 요리되기 시작한 아귀는 처음엔 찜, 탕 위주로 조리되다가 요즘은 생아귀, 활아귀로 지평을 넓혀 가고 있다.

활아귀 중 최근 주목받는 요리가 아귀 간이다. 세계 3대 요리 중 하나인 푸아그라(거위 간)와 비교되는 이 요리는 부패가 빨리 진행돼 활아귀를 주문해야 겨우 몇 점 맛볼 수 있다.

미식가들은 부드러운 맛을 '입에 넣은 순간 사르르 녹아내려 몸에 바로 흡수되는 느낌'이라 표현한다. 맛을 본 사람은 반드시 다시 찾게 돼 '못 먹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는 사람은 없다'고 할 정도다.

활아귀회도 미식가들에게 주목받는 요리다. 5㎏급을 잡아도 반 접시 밖에 안 나와 눈치 보며 먹는다는 요리다.

흉측하고 못생겼다는 핸디캡을 딛고 어느새 국민 생선으로 우리 곁으로 돌아온 아귀. 요즘이 가장 살이 많이 오르고 영양도 높다고 한다. 수은주가 내려갈수록 고기 맛은 올라간다고 한다.

◆칠곡3지구 '부산아귀찜'

호텔 셰프 8년 경력의 임재환(48) 씨. 대구시내 유명호텔은 모두 거친 베테랑이다. 어느 순간 자기 장사를 하고 싶어서 외식업에 뛰어들었다. 북구에 아귀 식당을 내고 정면 승부에 나선지 벌써 18년. 북구뿐만 아니라 시내에서도 원정 오는 단골들이 생길 정도로 기반을 쌓았다. 임 씨의 조리 철학은 첫째도 둘째도 신선도. 개업 때부터 줄곧 생아귀만 고집했던 것도 이런 믿음이 반영된 것이다. 울산수협 단골 위판장에서 경매가 끝나자마자 가게로 운송해온다. 부산아귀찜의 큰 특징은 넉넉한 양. 찜 소(小)자를 시켜도 4명이 먹을 정도다. '그렇게 팔아서 남는 게 있느냐'고 묻지만 10년 넘게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멍게, 홍합, 전, 무침회 등 10여 가지가 넘는 밑반찬도 이 집을 찾는 즐거움 중 하나. 메인 메뉴는 아니지만 2, 3일전 수육을 예약하면 5㎏급 생아귀 속살을 맛볼 수 있다.

▷대표메뉴: 생아귀찜 2만8천~3만2천원 ▷주소: 대구 북구 구암로 50길 1-10 ▷전화번호: 053)326-9400

◆상인동 '다복식당'

우연히 접했던 맛있는 한 끼 식사가 한 사람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20년 전 황유경(62) 씨는 꽤 잘나가던 양장점 사장이었다. 우연히 마산 출장길에서 아귀찜 대접을 받고 그 맛에 꽂혀 버렸다. 기성복 시장이 커지며 양장점이 사양길로 들어서자 황 씨는 미련 없이 사업을 접고 아귀집을 열었다. 처음 5년은 수도 없이 시행착오를 겪었다. 제자리를 맴돌던 황 씨 식당이 대박을 치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 활아귀를 시작하면서부터다. 당시 웬만한 마니아들에게는 냉동 대신 생아귀만 써도 줄을 서는데 활어를 냈으니 손님이 곱절로 늘 수밖에. 달서구 여러 관공서들이 주변에 포진해 있었던 점도 단골 확보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소 비싸긴 해도 제값을 한다는 믿음 때문에 손님들은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수육을 시키면 활아귀에서만 나온다는 간 요리를 맛볼 수 있다. 아귀 간은 '바다의 푸아그라'라 하여 미식가들 사이에는 최고 별미로 꼽힌다.

▷대표메뉴: 아귀수육 4만4천~8만3천원 ▷주소: 대구 달서구 월배로 38길 12 ▷전화번호: 053)644-7543

◆범어동 '감포생아구'

서울에서 외식업 20년, 대구서 10년. 해물요리 전문 안순례(62) 씨의 별명은 '해물요리 흥행사'이다. 경쟁이 치열한 범어동에서 대박집 신화를 펼쳤기 때문이다. 안 씨가 수성구에 첫 가게를 연 곳은 범어역 근처 외진 2층 집. 10년 새 세 집이 망하고 철수한 곳이었다. '다른 곳을 찾아보지'라는 지인들의 권유도 있었지만 음식 솜씨에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냥 밀어붙였다. 그로부터 10년, 지금은 점심'저녁에 예약하지 않으면 식사가 곤란한 대박집이 되었다. 친구들은 '네가 시체(망해 나간 점포)를 벌떡 일으켰다'고 놀리기도 한다. 안 씨의 아귀는 사실상 활아귀. 강구에 있는 친척이 살아있는 아귀를 바로 해체해 직송해주기 때문이다. 둘이 소자를 시켜도 고기가 남을 정도로 양이 넉넉하다. 수육, 찜과 함께 최근 개발한 아귀백찜은 미식가들 사이에 핫 아이템으로 소문이 났다.

▷대표메뉴: 아귀수육 5만~8만원 ▷주소: 대구광역시 수성구 상록로6 ▷전화번호: 053)746-8782

◆동일동 '통나무집'

어릴 적 꼬마가 어른이 되어 다시 아이 손을 잡고 온다는 집이다. 통나무집의 역사는 무려 43년. 옛 진골목, 동일동 역사의 산증인인 셈이다. 초창기엔 식당 밖에서 조리를 할 정도로 가게 상황이 열악했지만 입소문이 나면서 일찍 자리를 잡았다. 원조인 유정례(75) 씨에 이어 아들 김상권(46) 씨가 2대째 가업을 잇고 있다. 한때 유 씨는 골목의 '욕쟁이 할매'로 소문이 나 '내 돈 내고 밥 먹으며 눈치 보는 곳은 여기밖에 없다'고 손님들이 푸념할 정도. 모든 양념 공정은 비밀이어서 모자(母子)만 부엌에서 직접 작업을 한다. 우스갯소리로 '직원들은 홀에서 서빙만 하고 주인이 요리를 다한다'고 놀리기도 한다. 재료는 필요할 때마다 매천시장에서 가져온다. 직거래를 하기 때문에 단가를 대폭 낮췄다. 대신 양을 넉넉하게 준다. 퀵서비스와 포장 손님이 매출의 20%를 넘을 정도로 단골 층도 두텁다.

▷대표요리: 아귀찜 3만5천~5만원 ▷주소: 대구 중구 중앙대로 81길 23 ▷전화번호: 053)252-6210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