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명하기 어려운 그 무언가가 철 지난 바닷가로 발걸음을 이끈다. 그렇다. 겨울 바다라는 단어에는 감성을 자극하는 마력이 있다. 김남조 시인의 시처럼 '나를 가르치는 건 언제나 시간'임을 깨닫기 위해서도 좋고, 이해인 시인의 시처럼 '아무도 이해 못 받는 혼자임을 느낄 때'도 좋다.
낭만 가득한 그 바다에 연인이나 동무가 없으면 어떠랴. 오롯이 혼자 쓸쓸히 보내는 시간도 의미가 있다. 경북을 대표하는 해수욕장으로 떠오른 포항 영일대 해수욕장에는 그렇게 사람들이 모인다.
◆동해안의 새 관광명소 발돋움
영일대 해수욕장은 경북 동해안에서 가장 큰 규모다. 길이 1천780m에 40만㎡의 백사장을 자랑한다. 도심권에 있어 시내버스로도 쉽게 찾을 수 있으며, 지난해에는 무려 423만 명이 다녀갔다.
사실 외지인에게 영일대 해수욕장이란 이름은 다소 낯설게 다가온다. 북부해수욕장에서 2013년 이름을 바꿨기 때문이다. 반응은 나쁘지 않다. 이곳에서 영업 중인 한 음식점 대표는 "북부해수욕장은 다른 지역에도 있지만 영일대 해수욕장은 포항에만 있어 개성이 느껴진다"며 "유행가 '영일만 친구' 덕분에 친숙한 영일만처럼 동해안 대표 관광지로 발돋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일대 해수욕장의 명물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상 누각인 '영일대'이다. 2013년 설치한 안내석에 적힌 대로 '세계적인 해양 관광도시로의 디딤돌'이 되라는 포항 시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해변에서 80m쯤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 돌로 된 기둥을 세워 정자를 지었으며, 다리를 통해서 건너갈 수 있다. 1층은 열린 구조로 돌기둥과 계단만 있고, 2층은 나무로 된 정자 형태다. 2013년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에서 '누리쉼터상'을 수상한 바 있다.
◆맛집'모텔 중심 남쪽 상권
영일대 해수욕장은 영일대를 기점으로 나뉘어 있다. 남쪽은 조개구이 같은 해산물과 삼겹살을 파는 음식점 및 모텔 위주로 상권이 형성됐다. 백사장을 거닐다가 지친 다리를 쉬어가기 좋은 카페도 곳곳에 있다. 그래서인지 부산 광안리와 비슷한 느낌이 든다는 평가를 받곤 한다.
해수욕장에 들어서면 먼저 깔끔하게 정비된 해안도로와 나무 데크가 눈길을 끈다. 2009년 5월부터 추진한 '북부해수욕장 자연테마거리 조성사업'으로 지금의 모습을 갖췄다. 철강도시 포항의 이미지를 잘 살린 다양한 설치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어 겨울인데도 산책객들이 꽤 많다. 자전거 대여소에서 자전거를 빌려 해변을 둘러볼 수도 있다.
밤이 되면 포스코의 야경이 멋지다. 알록달록한 불빛이 마치 바다 위에서 반짝이는 네온사인 같다. 포항시 서병일 마케팅팀장은 "영일대 해수욕장은 바다와 녹음이 어우러진 친수공간이 있는 데다 해변 경관이 독특해 시민과 관광객에게 추억의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고 전했다.
◆물회 전문 북쪽 상권
영일대 북쪽은 '설머리 물회 외식업지구'다. 2015년 정부의 우수 외식업지구에 선정됐으며, 여느 바닷가처럼 횟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20여 곳의 횟집은 해안로를 따라 환호공원까지 쭉 이어진다. 설머리라는 지명은 백사장 모래가 마치 하얀 눈에 덮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해서 신라 때부터 불려온다고 한다.
이곳 대표 메뉴인 물회는 원래 어부의 음식이다. 고기 잡느라 바쁜 어민들이 재빨리 한 끼 식사로 배고픔을 달래려고 방금 잡은 물고기를 고추장에 비벼 먹은 데에서 비롯됐다. 이후 일반인들에게도 알려지면서 향토 별미로 정착하게 됐으며, 나아가 전국적 명성을 얻게 됐다. 주요 재료는 가자미, 광어, 도다리 같은 흰살 생선이지만 해삼, 개불, 성게, 전복 등도 고급 재료도 추가된다.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물회 맛있게 먹는 비결은 얼음이 녹기 전에 회를 먹는 것이다. 마라도회식당 손휘준 대표는 "회와 야채를 골고루 비빈 뒤 양념이 밴 회를 먼저 먹고 나중에 취향대로 밥이나 국수를 육수에 말아 먹으면 좋다"며 "고단백 저지방 음식인 물회에는 생선의 불포화 지방산 등 기능성 성분이 많아 스트레스 감소,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