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 "신공항·사드·지진·화재…함께 이겨낸 새 희망 쓰자"

입력 2017-01-11 04:55:02

행사 이모저모…축사에 나선 인사들 "화합" 강조

1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매일신문 주최
10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매일신문 주최 '2017 재경 대구경북인 신년교례회' 참석자들이 정유년(丁酉年) 새해 대구경북의 화합과 발전을 다짐하는 파이팅을 하고 있다. 정운철 기자 woon@msnet.co.kr

○…신공항 백지화, 사드 배치 논란, 경주 지진, 서문시장 화재 등 유난히도 다사다난했던 병신년을 보낸 탓인지 축사에 나선 인사들은 하나같이 화합을 강조했다. 김관용 경상북도지사는 "일자리, 갈등 조정 등 올 한 해 산적한 일들이 몰려오고 있다"며 "대구경북, 출향 인사들이 함께 이런 문제들을 풀어가자"고 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악재들은 많았지만 지진과 서문시장 화재로 대구경북이 뭉쳤고, 신공항 백지화로 통합공항이 탄생하게 됐다. 대구경북은 예부터 어려울 때 더욱 힘을 모았다"면서 "올 한 해 새로운 희망의 역사를 쓰자"고 했다. 새누리당 이철우 의원은 "대구경북이 역사를 만들어왔다"며 "희망을 갖고 열심히 숱한 과제를 헤쳐나가자"고 했다.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대구경북은 영남 사림의 DNA가 흐르고 있고,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를 세우는 그런 피를 타고 났다고 생각한다"며 "지난날이 어려웠어도 올해 우리 핏속에 있는 DNA를 끄집어내서 대한민국을 살리는 개혁에 대구경북이 앞장서자"고 했다.

○…여권의 사분오열로 대구경북의 정치 지형이 복잡해지자 이 같은 분위기는 행사장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새누리당, 바른정당의 대선주자들이 모두 출격해 행사에 참석한 출향 인사들로부터 환대를 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김부겸 의원, 새누리당 김문수 비상대책위원,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이 삼각편대를 이루며 행사장 곳곳을 누볐다. 이들은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거나 지인들과 안부 인사를 나누며 얼굴을 알렸다. 지역의 한 국회의원은 "대구경북에서 여야의 유력한 대선주자를 다수 배출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며 "여권의 분열로 대구경북에서 득표력이 있는 야당 후보가 나온 점은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 내내 경북고 선후배인 김부겸(56회)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승민(57회) 바른정당 의원은 서로 얘기를 주고받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보인 반면 동기인 유 의원과 정종섭(57회) 새누리당 의원은 냉랭한 분위기를 연출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경북고 57회라고 밝힌 한 기업인은 "누구에게 덕담을 하기조차 쉽지 않다"며 "동기들도 모두 나눠져 있어 어느 동기를 지원할지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함께 단상에 오른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축사에 앞서 "제 좌우에 계신 두 분은 대선후보군에 들어가 있는데 제가 이 자리에 끼어서 영광이다"고 해 많은 참석자의 웃음과 박수를 받았다. 주 원내대표는 "보수, 대구경북의 분열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많다"면서 "보수 TK의 분열이 우리 지역 발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걱정도 되고 고민도 되지만, 이 새로운 상황을 잘 관리해 발전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내무부 장관을 지낸 이상희 전 대구시장은 이날 후배 공직자들로부터 인사를 받느라 분주했다. 현직 행정자치부 고위 공직자는 "이 전 시장님은 대구의 현재를 설계한 분"이라며 "그동안 대구의 발전 방향에 대한 조언도 많이 해 주셨다"고 말했다. 이 전 시장은 "대구공항 이전 문제는 서둘러 처리했으면 좋았을 일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며 "낙동강을 대구의 한강으로 변모시키려 했던 계획도 여전히 숙제"라고 말했다.

○…행사장에는 예년과 다르게 야권 의원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출신 여성 의원들이 참석해 여풍(?) 위상을 드러냈다. 민주당 전혜숙 의원과 민주당에서 최근 무소속으로 전향한 서영교 의원은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새누리당 의원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환담을 나눴다. 서 의원은 강은희 여성가족부 장관과 만나서는 "같은 TK 출신 여성으로서 반갑다"며 "이제부터 우리들의 저력을 보여 줄 때"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다른 일정이 겹쳐 행사 중에 먼저 일어섰으나 승강기까지 가면서 일일이 지역민들과 악수를 나누며 반갑게 인사했다.

○…매년 열리는 매일신문 재경 신년교례회이지만 올해는 예년과 달리 타사 취재진이 대거 몰려왔다. 유력 대권주자인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자리에 모이는 '그림이 되는' 현장이었기 때문이다.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와 함께 두 의원이 단상에 오르자 사방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일부 참석자들은 스마트폰 카메라로 이들의 모습을 찍기도 했다. 대권 후보로 거론되는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김문수 새누리당 비대위원과 악수를 할 때도 카메라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매년 신년교례회를 취재한 정운철 기자는 "조기 대선 관계로 각 당의 대선주자급 국회의원들이 참석하자 '그림을 잡으러' 온 것 같다"고 해석했다.

○…새누리당 탈당설이 나돈 적이 있는 권영진 대구시장은 대구경북의 '정치적 다양성'을 강조하며 여운을 남겼다. 권 시장은 "저에게 '왜 탈당 안 하냐'는 전화가 많이 온다"면서 "대구경북도 정치적으로 한 방향, 한 색깔만 있던 시대는 지났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정치적 다양성이 갈등과 분열, 소모가 아니라 대구경북의 새 동력이 되고, 그 중심에 제가 서겠다는 다짐을 드린다"며 "제 정치적 거취에 대해서는 관심 갖지 말라. 제가 움직일 때는 대구시민, 대구의 미래에 큰 울림이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 시장의 이 같은 발언은 정치적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겠으니 '가만히 내버려두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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