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장 유행하는 언어 중 하나가 '꼰대'이다. 국어사전에는 늙은이나 (학생들 입장에서) 선생님을 뜻하는 은어로 설명되어 있다. 비꼬는 듯 부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공통점은 모두 '나이가 많다'는 것이다.
'번데기'의 사투리인 '꼰데기'가 어원이라는 주장에서 나이가 많은 것이 꼰대의 전제 조건처럼 보인다. 번데기처럼 주름이 자글자글한 늙은이라는 의미에서 꼰데기라고 부르다 꼰대가 되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꼰대의 어원에는 또 다른 주장이 있다. 프랑스어 '콩테'(comte)를 일본식으로 부른 게 꼰대라는 것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은 백작, 공작 등 작위를 수여했고, 한일합병 이후에는 우리나라 친일파들에게도 각종 작위를 주었다. 이 중 백작이 바로 콩테이다.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친일파들의 아니꼬운 행태가 어떠했을지 짐작이 간다. 그런 게 바로 '꼰대 짓'인 셈이다.
최근에는 신조어 사전에 '젊꼰'(젊은 꼰대의 줄임말)이라는 단어가 등재되었다. 꼰대 짓을 하는 젊은이라는 의미이다. 이제 꼰대가 되는 데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할' 필요가 없어졌다. 심지어 갓 스물이 됐을까 말까 하는 대학생들이 후배 신입생들을 대상으로 꼰대 짓을 일삼다가 SNS에서 이슈가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전통적 의미에서 막무가내로 억지를 부리는 '미성숙한 노인(어른)'은 물론이고, '나'를 중심에 두려는 이기주의와 나이'지위'경험 등에서 오는 '우월 의식'을 바탕으로 비합리적 행동을 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나이에 관계없이 꼰대의 반열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어쩌면 올해 대선을 앞두고 '대꼰'(대선 꼰대)이라는 말이 새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정치권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를 얻으며 선두에 서서 대선 가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친문 세력 이야기다. 대권이 눈앞에 다가왔으니 '나'(우리)를 중심에 두고 '우월 의식'을 가질 만하다.
그러나 우월 의식을 갖는 것과 그것을 행동으로 표출하는 것은 다르다. 얼마 전 친문 세력은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 당선을 위한 '분권형 개헌 저지 보고서'를 냈다. 문 전 대표가 아직 민주당의 공식 대권후보가 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민주당 내 다른 후보들은 별것 아니라는 전형적인 꼰대 짓이다. 민주당 초선 의원 20명이 논란의 보고서와 관련해 비판적인 의견을 표출하자, 이들에게 욕설 섞인 문자를 비롯해 수백 통의 항의성 문자메시지가 날아들었다. 집단적인 꼰대 짓이다.
안 그래도 소통 안 되는 지도자 때문에 살맛 안 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마저 꼰대 짓을 일삼는다면 그야말로 절망적이다. 꼰대의 전성시대, 이제는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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