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드라이버' 신규 사업 막는 대리업체들

입력 2017-01-10 04:55:02

야간 셔틀버스 승차도 거부

대구 지역 유력 대리운전업체들이 '카카오 드라이버' 등 신설 대리운전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애꿎은 대리운전 기사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일부 업체는 카카오 드라이버에 등록된 대리기사들의 야간 셔틀버스 승차를 거부한 데 이어 업무에서조차 제외했다.

대리기사 이모 씨는 지난해 12월 15일 카카오 드라이버를 통해 콜 배정을 받았다. 이 씨는 목적지를 확인하고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이내 전화가 끊겼고 호출이 취소됐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다음 날 이 씨는 소속 대리운전업체로부터 '업무정지' 결정이 내려졌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카카오 드라이버로 콜을 받았다는 제보가 왔다는 이유에서였다.

회사로부터 업무정지 처분을 받으면 5일 동안 콜을 받을 수 없어 생계형 대리기사들은 큰 피해를 입는다. 이 씨는 "업체에서 카카오 드라이버 이용 기사를 색출하기 위해 이른바 '낚시 콜'을 한다는 소문이 대리기사 사이에 파다했는데 나도 걸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카카오 드라이버를 이용하면 셔틀버스도 못 타게 하는 등 기존 업체들의 갑질이 극심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일부 대리운전업체들은 자체 애플리케이션에 '골목상권과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보험료와 순환 차량을 공유하지 않은 업체에 등록된 대리기사는 적발 즉시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의 공지문을 올리기도 했다. 이에 맞서 민주노총 서비스지부 대리운전노조는 지난해 12월 말 공정거래위원회에 담합을 이유로 이들 업체를 제소하는 등 갈등이 표면화됐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카카오 드라이버에 위기감을 느낀 기존 업체들이 견제를 위해 담합을 하고 대리기사들에게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 카카오 드라이버 등록이 적발돼 5일 영업정지를 당한 기사는 1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불공정한 처사이자 횡포"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민주노총 서비스지부 대리운전노조는 11일 앞산네거리에서 기존 대리운전업체들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한편 기존 업체들은 대리기사들이 다른 회사의 콜을 받으면서 혜택을 누리는 것은 옳지 않아 공지문을 올릴 수밖에 없었다는 입장이다. 대구시 대리운전협회 관계자는 "콜당 350원씩 떼어 회삿돈으로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데 다른 회사 기사들이 이용해서야 되겠느냐"며 "다른 회사로 옮기는 것은 막지 않겠지만 두 군데에 발을 걸치고 이득을 취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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