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 4년간 민원 480건 제기
주민 5만여 명과 돼지 6만여 마리는 상생하는 이웃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대규모 아파트단지가 조성된 경산 압량면 신대부적지구와 동부동 사동지구 및 인근 지역의 최대 관심사가 바로 이것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논밭과 자연마을이 있었던 이곳은 급속한 도시화로 잇따라 아파트단지가 들어섰다. 신대부적지구에는 3천300여 가구(8천500여 명), 사동지구에는 5천600여 가구(2만여 명)의 주민들이 살고 있다. 주변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까지 합치면 5만여 명에 이른다.
문제는 압량면 일대 20농가가 6만여 마리에 이르는 돼지를 기르고 있다는 것이다. 경산시 전체 돼지 사육 마릿수의 70%에 이른다. 특히 기업형 돼지 사육농인 S농장은 4만여 마리를 키우고 있다.
내 집 마련의 부푼 꿈을 안고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은 난데없는 악취에 두통까지 앓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신대부적지구만 해도 돼지 농장과의 거리가 0.5~2.5㎞에 불과하다. 바람을 타고 날아드는 퀴퀴한 냄새 때문에 주민들은 일상생활조차 제대로 못 할 정도라며 고통을 호소했다.
지난 4년간 경산시에 올라온 환경 민원 1천207건 중 악취 민원이 54%(542건)를 차지했다. 특히 이들 중 축산 관련 민원만 480건(악취 민원의 88.5%)에 이를 정도다.
축산악취관련비상대책위원회 백태진 위원장은 "인근 축산 농가에서 발생하는 악취 때문에 삶의 질이 낮아지는 등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경산시에 수없이 악취 민원을 제기했다"고 말했다.
이에 시는 8개 관련 부서로 구성된 축산악취대책위원회를 꾸려 운영 중이다. 압량면 축산농가에 악취저감제 공급 확대, 악취 배출 허용기준 준수 확인 등 대책을 세웠지만 한계가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 경산시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추진하는 '2017년 광역축산악취 개선사업' 대상지로 올해 최종 선정됐다. 축산환경관리원 주관으로 이달 중 농가별 맞춤형 진단 악취 저감 컨설팅을 실시하고, 다음 달 최종 계획을 세운 뒤 악취 저감 사업을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사업비는 6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주민들은 "이번 사업으로 냄새가 많이 줄어들기를 기대한다"면서도 "무엇보다 기업형 돼지 사육농가 이전 등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만성적인 악취 민원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돼지 사육두수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산시 관계자는 "우선 1년간 농가별 컨설팅을 통해 맞춤형 악취저감책을 시행하면 냄새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결과를 보고 사업 보완이나 추가 진행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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