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년 몸담은 성서공단 공장 내놨지만…안 팔려"

입력 2017-01-10 04:55:02

직원 월급 주면 매출 동나

수출 감소와 경기 위축 탓에 지역 제조업체들이 올 한 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9일 대구 성서공단 전경.
수출 감소와 경기 위축 탓에 지역 제조업체들이 올 한 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9일 대구 성서공단 전경.

9일 낮 대구 성서공단의 한 네거리 교차로. '공장 부지를 판매한다'는 현수막이 찬바람에 을씨년스럽게 펄럭이고 있었다. 전봇대 곳곳에서도 공장 임대 전단이 눈에 띄었다. 총 2천950개 기업(1~5차)이 있는 성서공단은 작년 하반기 무렵부터 유례없는 경기난을 겪고 있다.

이곳에서 22년간 사업 중인 K업체 강모(63) 대표는 재작년 말 공장을 팔려고 내놨지만 아직도 매매가 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매매가가 평당(3.3㎡) 520만원 선에서 2년 만에 430만원까지 내렸다"며 "원청 업체의 주문 물량은 줄고, 업체 간 수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단가 지키기가 어렵다. 매출이 겨우 직원 인건비 수준밖에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를 맞은 지역 제조업체들의 한숨이 높아지고 있다.

대구경북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대구는 2.4%, 경북은 0.8% 등 전년보다 낮은 경제성장률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대구시는 올해 중소기업 정책자금 규모를 전년보다 200억원이 늘어난 4천600억원으로 편성했다. 3공단의 D금형업체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기술력이 있는데도 지난해 5%가량 연간 매출액이 줄었다. 소규모 영세업체는 주문 물량 감소와 단가 인하 요구에 15~30%가량 매출이 줄었다"고 전했다. 2천540여 개 기계가공업체 등이 있는 3공단은 특히 10인 미만의 영세업체가 많아 경기침체에 더욱 취약한 형편이다.

제조업 경기가 나쁘다 보니 공장 매매도 활기를 잃었다. 공장을 증축하거나, 창업하려는 이들이 크게 줄었다는 얘기다. 대구 3산업단지 관리공단 관계자는 "작년 한 해 3공단 내 1천800여 개 필지 중 48곳 정도가 매매됐다. 재작년의 100여 건에 비하면 공장부지 거래가 반 토막 난 것"이라며 "지난해 문 닫은 업체도 10여 곳이나 된다"고 걱정했다.

수출업체들도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 수출업체들은 대부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매출 하락을 겪었다. 효자 품목이던 무선통신기기의 경우 2014년 105억8천290만달러에서 지난해 11월까지 81억2천900만달러(-7.6%)로 줄었다.

대구 달서구의 한 소규모 섬유 제직업체 A사는 지난 5년간 매출이 매년 4분의 1씩 줄어드는 바람에 3년 새 직원을 절반가량 감축했다. 질 좋은 섬유보다도 저렴한 섬유를 찾는 국내외 바이어와 중국산 섬유의 품질 향상이 그 탓이다. 이 업체 매출은 2014년 4억원에서 지난해 연말 2억5천만원으로 줄었다. 올해 지출 예산도 전년 대비 80%가량으로 줄였다.

이 업체 관계자는 "공장 축소 이전을 목표로 지난해 11월 노후 기계를 매각하려고 내놨으나 사려는 사람이 없다"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2% 초반대라고 하는데, 이래서는 2, 3년 내에 폐업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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