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정국에 묻힌 조세특례제한법 개정…"U턴 기업 수도권 이전 허용"

입력 2017-01-10 04:55:02

마지막 보고서에 슬쩍 명시

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이 수도권으로 복귀할 때도 각종 세제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 개정안의 통과는 정부의 끼워넣기식 입법과 국회의 허술한 법안 심사가 겹쳐지면서 벌어진 지방 홀대의 상징적 사례다.

◆겉핥기 법안 심사 비판 여론

해당 법안이 국회에 제출된 것은 지난해 9월 2일. 정부나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때는 통상적으로 '제안 이유'와 '주요 내용'이라는 부분을 통해 그 법안의 가장 중요한 조항을 강조한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측은 문제의 조특법 개정안에 유턴기업(국내로 복귀하는 해외진출 기업)의 수도권 복귀에 대한 세제혜택 조항을 주요 내용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이 법안이 어떤 문제가 담겨 있는지' '다른 지방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입법권을 갖고 있는 대부분 국회의원들은 제대로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번 조특법만 해도 개정 항목이 70여 개에 달하는 방대한 내용인 데다 서민층에 대한 세제지원 혜택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 '수도권 특혜' 조항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특히 법안이 제출된 시기와 심사기간이 최순실 게이트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국정 과도기에 지방의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을 슬쩍 끼워넣기식으로 밀어붙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해당 법안에 대한 심사를 맡고 있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의원들의 문제의식 결여에 대해서까지 '면죄부'를 줄 수 없다는 여론이 많다. 기재위가 지난해 12월 법안의 상임위 의결 직전에 받은 기재위 전문위원 검토보고서에는 '유턴기업의 이전 대상지역을 확대해 수도권 중 성장관리'자연보전권역으로 이전할 수 있게 허용한다'는 내용이 분명히 들어 있다. 결국 비수도권 지역구의 기재위원들은 자신이 속한 상임위 전문위원이 낸 보고서 내용도 제대로 읽지 않고 법안 심사에 임한 것이다. 현재 기재위 소속 의원은 모두 26명인데 수도권 14명, 비수도권 10명, 비례대표 2명으로 수도권 의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도 문제다.

◆'법안 재개정' 목소리 커져

조특법 개정안 통과에 대해 재개정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균형발전지방분권 전국연대는 9일 '국가균형발전 가로막는 수도권집중 정책 철회하라'는 성명을 내고 이번에 통과된 조특법 개정안의 재개정을 촉구했다. 전국연대는 "(이번 조특법 개정은) 갈수록 질적'양적으로 확대되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를 더 심화시켜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통한 지속 가능 발전으로 나아가는 길을 스스로 봉쇄하는 행위다"며 "국회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조특법을 재심의해 수도권성장관리권역과 자연보전권역에 들어오는 유턴기업에 대한 세제혜택을 철회하는 내용으로 재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재개정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재위 소속의 새누리당 추경호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사실상 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정부가 혼란한 상황에서 밀어붙인 눈가림 정책이라는 점에서 향후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과 진지한 토론을 거쳐 다시 법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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