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 받으려기보다 젊은이를 먼저 배려하세요"
우리나라가 고령화 시대에 진입했다. 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다. 올해 고령사회에 들어간 우리나라는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한다는 전망치도 나오고 있다. 급속한 고령화 시대는 노인 빈곤, 세대 간 불화 등 각종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한다.
고령화 시대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노인들이 있다. '존경받는 노인이 되자'라는 목표로 지난 2012년 설립된 '노인인권실천연대'이다. 이 단체는 노인들과 젊은 세대들이 서로 소통하며 공존할 수 있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양한 강의와 캠페인, 자원봉사 등의 활동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존경받는 노인이 되자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 위치한 노인인권실천연대 사무실은 하루종일 분주하다. 노인 인권, 존경받는 노인상 정립을 위한 캠페인, 청소년 대상 인성'예절교육이 쉼 없이 펼쳐지고 있다.
회원들은 대부분 공직과 교단에서 은퇴한 노인들로 구성돼 있다. 이 단체를 최초 설립한 전원열(73) 회장도 2003년 수성구청 도시국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났다.
전 회장에게 노인인권실천연대를 설립한 이유에 대해 물어봤다. "2011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노인 인권과 관련한 1박 2일 워크숍을 열었는데, 우연하게 대구시 대표로 참석하게 됐어요. 그때 인권위원장이 인사말을 하면서 '노인도 이젠 존경받으면서 살고, 그래야 큰소리도 한 번 치면서 살 수 있다.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를 듣고 노인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단체를 만들자는 결심을 하게 됐지요."
그는 워크숍에 대구 대표로 함께 갔던 19명과 의기투합해 노인인권실천연대 발족에 소매를 걷어붙였다. 하지만 공직자'교육자로서의 삶만 살았던 이들에게 노인 인권 문제는 그리 녹록한 것이 아니었다.
◆봉사로 노인에게 다가서다
노인인권실천연대 사람들은 무작정 지역의 노인복지관, 요양시설, 홀몸노인 집을 찾아다녔다. 그들에게 진정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싶어서다. 전 회장은 "같은 노인들끼리라 얘기가 잘 통했어요. 상담을 하면서 말벗이 됐지요"라면서 "1년 동안 1주일에 세 번씩 발품을 팔며 식사도 함께하고, 대화도 나누면서 노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외로움을 덜어줬지요. 반응은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1년 동안 노인시설을 돌아보면서 노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외로움이라는 것을 알았다. 노인 인권을 위해서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해결하는 것이 가장 급선무라는 결론을 내린 것. "우리나라 노인시설들은 대부분 빌딩 안에 갇혀 있더군요. 환경이 너무 살벌했어요. 오순도순 모여서 대화할 수 있는 공간들이 필요하더군요." 전 회장은 그래서 경상북도가 시행하고 있는 '할매할배의 날' 같은 사업이 좋은 사업이라고 치켜세웠다.
◆1'3세대 가교 역할
현재 노인인권실천연대에 등록된 회원은 276명에 이른다. 회원들은 1주일에 두 시간씩 '존경받는 노인상 정립을 위한 강사양성과정'을 들으면서 노인들의 의식개혁에 앞장서고 있다. 강의도 인간존중에 대한 노인 인권에서부터 노인 심리의 실상과 이해, 고령화 시대 노인의 권익 신장, 청소년의 이해, 존중받는 노인이 되기 위한 진로 방향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리고 있다.
전 회장은 "젊은 세대에서부터 기성세대에 이르기까지 노인이 존경받으려면 서로 존중하고, 이해하며, 남을 먼저 배려하는 어른이 돼야 한다"면서 "그래야 존경받는 노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존경받는 노인상 정립을 위한 강사양성과정'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했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인성 및 예절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노인에 대한 인식을 올바르게 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계도해야 노인들의 튼튼한 벗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젊은이들의 머릿속에 노인은 나쁜 이미지가 많잖아요. 이를 풀어주기 위해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물론 노인들이 먼저 솔선수범해야겠지요. 노인과 젊은 세대의 소통을 위해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회장은 "사회에서 은퇴했다고 뒷방으로 물러나면 안 된다. 지역 사회에 조금이라도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자리는 많다"면서 "노인들이 먼저 나서서 젊은 세대들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열심히 지역 사회에 참여한다면 고령화 사회가 그리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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