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원동 '자갈마당 정비사업' 대구시-중구청 갈등

입력 2017-01-06 04:55:01

"재활여성상담센터 설립" "문화예술전시관 만들자" 우선 순위 달라 신경전

대구 중구 도원동 성매매 밀집지역 정비 계획(본지 5일 자 1면 보도)을 두고 대구시와 중구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예산은 한정돼 있으나 원하는 방향은 서로 달라서다.

대구시와 중구청 등으로 구성된 '도원동 도심 부적격 시설 주변 정비 추진단'(이하 TF팀)이 작성한 '주변 정비 기본 계획안'에 따르면 시는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재활여성상담센터'(가칭) 개소를, 중구청은 예술인들을 위한 문화예술전시관 설립을 각각 추진할 계획이다. 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둘 다 추진할 수 없는 탓에 시와 중구청 간 미묘한 신경전이 시작됐다.

시와 중구청 관계자들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시에서 '상담센터가 더 낫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자 중구청이 거절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피해 여성 지원은 시의 몫이니, 시가 상담소 개설 계획을 가지고 있다면 독자적으로 추진하면 될 일"이라며 "구청은 도원동 일대 민간건물을 임차해 전시공간을 조성할 수 있도록 지난해 예산 2억원을 확보해뒀다"고 선을 그었다.

의견 차를 보인 배경은 각자 원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구청은 인근에 있는 대구예술발전소, 청년예술창조공간 등과 연계한 복합문화예술벨트 조성이 장기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반면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성매매 여성 자활지원 조례를 만든 시는 피해 여성 지원에 방점을 찍고 싶어한다. 시 관계자는 "시의 여성가족정책관실에서도 지원 예산 1억원 정도를 편성하긴 했지만 확보한 예산이 많지 않기 때문에 따로 하는 것보다는 같은 건물을 임차해서 상담센터, 전시공간 등으로 나누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부족한 예산 탓에 정비 계획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한다. 시와 구청이 확보한 예산 10억원 중 실제 시설정비 비용은 6억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성매매 피해여성을 위한 자활지원 등에 쓰일 예정이다. 시민단체 등은 많은 예산이 들더라도 도원동 일대를 전체 매입하고 나서 상담센터, 전시공간, 공원, 주차장 등으로 조성하는 공영개발안을 선호한다.

이에 대해 대구시 측은 "시민 세금으로 불법행위를 조장한 건물주에게 이익을 제공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고 전체 건물 매입비 및 여성 이주비용으로 1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공영개발안은 불가능하다"며 "TF팀 내 이견 조율을 통해 합리적 정비 방안들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