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나의 투쟁 비판본' 불티…"정치·역사 독자층 구매"

입력 2017-01-04 19:06:56

나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의 책으로 최근까지 금서였던 '나의 투쟁'에 비판적 주석을 더한 책 '나의 투쟁 비판본'(원제 Hitler, Mein Kampf - Eine kritische Edition)이 독일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3일(현지시간) AFP, dpa 통신, BBC방송 등에 따르면 이 책은 뮌헨 현대사연구소(IfZ)가 작년 1월 원본에다가 주석 3천700개를 달아서 내놓은 2권 한질의 2천 쪽 분량 책으로, 현재까지 모두 8만5천 부가량 판매됐다.

연구소는 이에 따라 작년 1월 1쇄로 4천 부를 찍었으나 이번 달 말에 6쇄에 들어갈 계획이다.

안드레아스 비르싱 IfZ 소장은 이 같은 인기에 대해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책은 지난해 독일 주간지 슈피겔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오르내렸으며 지난해 4월에는 비소설 분야에서 1위를 찍었다.

히틀러가 '뮌헨 반란'으로 투옥됐을 때 저술한 '나의 투쟁'은 그가 집권하기 8년 전인 1925년 출간됐다. 추후 나치 정책의 근간이 된 유대인 증오 등 인종차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히틀러 집권 당시 나치당 당원의 필독서로 통용됐다.

히틀러의 선전 자료나 다름없는 이 책이 수십 년이 지난 현시점에 다시 인기를 끄는 데 대해 일각에선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책의 인기를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독일 내부 분위기다.

판매 부수가 높은 편이기는 하나 의미 있는 수준이 아니며 다른 베스트셀러 도서 판매 부수와 격차가 큰 편이어서다. 독일 독자들은 주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책을 많이 구매해 나머지 기간에는 판매 부수가 높지 않은 책도 베스트셀러 명단에 오를 수 있다.

출판사 쪽도 히틀러의 사상을 홍보하거나 신나치에 새로운 선전 근거를 제시하려 한 것이 아니라며 일각의 우려에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나섰다.

비르싱 IfZ 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독재주의적 정치사상과 우익의 정치 슬로건이 득세하는 시점에서 히틀러의 세계관과 정치선전을 살펴봄으로써 전체주의 사상의 원인과 결과를 알아보고자 하는 의도로 펴냈다"고 설명했다.

또 책 구매자를 분석한 결과, 우파 급진주의자들이나 반동세력이 아닌 '정치나 역사에 관심이 많은 계층이나 교육자'들이 주로 구매했다고 밝혔다.

독일에서의 인기에 주변 국가에서도 번역본 출간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출판사는 좀 더 축약한 버전으로 프랑스어판을 내놓을 예정이며 이를 위한 번역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나의 투쟁'은 나치 치하에서 1천200만 부가량 팔려나간 베스트셀러다. 그러나 나치 패망 이후 금서가 됐다. 책의 판권을 넘겨받은 바바리아주 정부가 책 출간을 금지해서다.

이 서적은 2015년 말로 저작권 기간 70년이 만료된 데 따라 나올 수 있었다. 독일 당국은 앞서 2014년 '나의 투쟁'뿐 아니라 히틀러의 저술에 대한 '무비판적 출간'을 전면 불허했다.

독일에선 나치를 떠올리게 하는 상징적인 표식 사용도 금지돼 있어 이번에 나온 비판본 표지도 별다른 디자인 없이 흰색으로 단순하게 처리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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