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은 매년 1월 초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재경대구경북시도민 신년교례회를 연다. 한 해를 시작하면서 대구경북 리더들과 수도권 출향민들이 인사를 나누는 자리다. 올해는 10일 오후 6시에 열린다.
박근혜 대통령은 정계 입문 이후 이 신년교례회의 최고 VIP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대부분 빠지지 않고 참석했다. 그의 참석 여부에 따라 행사 분위기가 좌우될 정도로 참석 자체가 정치권의 큰 뉴스였다. 선거의 여왕이란 이미지에 힘입어서다. 대통령이 되고 난 뒤에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 행사를 격려했다. 그만큼 그는 이 행사에 애착을 가져왔다.
그런데 우리는 올해 신년교례회에 대통령의 영상 메시지를 준비하지 않고 있다. 누가 박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으려 할 것인가.
이 정권이 출범하고 난 이후 친박의 중심인 최경환 국회의원도 항상 주목 대상이었다. 특히 2014년 지방선거 때와 20대 총선을 치른 작년 행사에서 최 의원의 위세는 대단했다. 경제부총리를 겸하고 있기도 했지만 새누리당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에 그 주변으로 인사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하지만 올해 행사를 앞두고 최 의원의 존재감 역시 급전직하했다. 더욱이 정중히 초청을 했는데 국회 상임위 해외 일정을 이유로 참석 불가를 통보해왔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백의종군을 선언하면서 지역구로 내려간 그에 대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사실상 출당을 통보한 상태. 작년까지의 상황과 비교하면 격세지감 그 자체다.
행사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흥행이 최고다. 이목을 집중시킬만한 인물이나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등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박근혜, 최경환은 상품성이 뛰어났다. 재경신년교례회에 대한 그들의 애정과 관심 또한 대단했다.
올해 주목받을 인물 1순위는 유승민 국회의원이다. 그는 현재 거론되는 대구경북 출신 유력 대선주자다.(물론 김부겸 의원이 있지만 이번 칼럼의 성격상 제외) 그가 중심이 돼 만든 가칭 개혁보수신당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을 넘어선다. 그는 여권 성향 대선후보군 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제외하면 줄곧 선두이다. 대구를 기반으로 하는 유 의원은 지역구보다는 서울에서 인기가 있다. 원조 친박이었지만 박 대통령 및 친박들과 대립각을 세웠고, "정치 생명을 걸고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임을 천명한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는 명연설을 하면서 원내대표에서 쫓겨나다시피 사퇴할 때의 결기, 지난 총선 때 핍박받던 모습. 이런 것들이 그를 대선주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신당의 정강정책은 그의 신념이 대부분 반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신년 화두로 '깨뜨리지 않으면 설 수 없다'는 불파불립(不破不立)을 던지면서 거대한 꿈을 꾸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에서 유 의원의 인기는 서울만 못하다. 지역의 동료 국회의원들은 주호영 의원을 제외하고는 따라나서지 않았다. 주 의원도 따라갔다기보다는 독자적으로 갔다고 해야 더 정확한 표현.
이유를 알고 싶어 대구의 몇몇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그랬더니 "유 의원으로부터 진정성 있는 제의를 받지 못했다"는 답이 돌아왔다. 설득당하고 싶은데 설득하지를 않으니 머물 수밖에 없다는 것. 물론 대구경북 지역 특성상 유권자들 눈치를 살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대부분이라 그들의 말이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대선주자로 나선 유승민 의원이 따로 당을 만드는데 지역 의원들이 좀 더 합류하는 모양새가 갖춰졌다면 그의 파괴력은 훨씬 컸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신당을 만들더라도 지역민들과 적극 소통하는 자세를 취해야 했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치에선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일 때가 많다. 스킨십은 때로는 정치 철학과 소신을 능가하는 정치력이 될 수 있다.
신년교례회 행사에 유승민 의원을 만나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루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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