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그래서…또…."
늘어지는 말투에 알쏭달쏭한 내용. 새해 첫날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가진 '티타임' 말이다. 박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혐의를 부인하거나 피하는 데 급급했다. 소통(疏通)을 목적으로 한 자리에 노트북 및 카메라 지참도 금지시켰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티타임이 끝난 뒤 '국정운영 정상화에 기여할 것'이란 입장을 내놨다. 야당은 '궤변과 후안무치'라고 비난했다. 분통이 터졌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했다'고 한다. 물론 안쓰럽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대목에서 한나 아렌트(1906~ 1975'독일 출신 정치이론가)의 명언을 옮기지 않을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예루살렘의 아이히만' 중에서)
지난해 우리는 '불통'이 초래한 대한민국의 참담한 모습을 지켜봤다. 불통의 대가는 가혹했다. 국격(國格)은 추락했고, 국민 자존심은 상처투성이가 됐다. 경제는 동력을 잃었다. '헬 조선'이라던 청년의 절망은 더 깊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불통의 틀에 갇힌 꼴이다. 대통령 탄핵을 놓고 세대 및 진영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SNS 댓글을 들여다보면 섬뜩하다. 경청과 이해를 통한 토론은 실종 상태다. 막무가내 주장들이 많다. 이성과 논리보다 감성과 억지를 내세운다.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막말을 퍼붓기도 한다.
올해는 닭띠 해. 닭은 어둠을 물리치고 새벽을 여는 상징이다. 불통의 사슬을 끊어야 한다.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할 올해는 소통이 더 절실하다.
소통은 '막히지 않고 잘 통하거나, 뜻이 통하여 오해가 없음'이다. 인간관계, 조직 운영, 정치에서 소통만큼 중요한 게 없다. 소통하려면 마음의 문을 열어야 한다. 내 것을 지키고 남의 것을 가지려 할 때, 소통은 멀어진다. 내 말만 하고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을 때, 소통은 이뤄지지 않는다.
소통이 잘 되는 나라가 진정한 문명국가이다. 이런 사회는 다름을 인정하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촛불집회'가 있다면 '태극기집회'도 있다. 광장은 다른 생각의 사람들이 모여, 생각을 다듬는 곳이다. '대면공화(對面共話) 심격천산(心隔千山)'. 명심보감(明心寶鑑)에 있는 말이다. '얼굴을 마주하고 얘기를 하지만, 마음 사이에 천 개의 산이 있다'는 뜻이다. 소통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장관들로부터 대면보고조차 받지 않았다고 하니, 참 어이가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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