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수상(隨想)] 나의 금연기

입력 2017-01-03 04:55:06

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 것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다. 그러니까 1960년부터 피우기 시작한 담배를 2000년에 들면서 끊었으니 40년을 피운 셈이다.

물론 중간중간 금연을 위해 여러 번 시도를 했지만 작심삼일이 다반사였다. 하루에 두 갑 이상을 피우던 담배를 끊는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담배 때문에 아내에게 타박을 받은 것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설움을 당하면서도 끊지 못한 담배를 결정적으로 절연하게 된 동기는 건강검진을 받고부터다.

2000년 초 어느 날 병원에서 검진 결과를 알려주는데, 고혈압과 당뇨, 고지혈증 등 다수의 병명이 들어 있었다. 의사는 그러면서 술과 담배를 반드시 끊으라고 말했다. 의사의 지시를 들은 뒤 가장 난처한 생각이 드는 것은 바로 담배였다. 40년간 피워 온 담배를 여러 번 끊으려고 시도를 했지만 실패했다. 그동안 절연을 못 하고 피워왔는데 끊으라니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나에게는 엄청난 고통이었다.

하지만 나의 건강문제니까 의사의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힘든 일이지만 실행에 옮기려고 굳은 결심을 하며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첫째, 과거 중·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때 학생들에게 훈육 차원에서 한 말을 상기했다. 당시 학생들 가운데 끽연하는 학생들을 교무실에 데려와 야단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 두 번 다시 담배를 피우지 말라며, 사나이로서 다짐을 하자며 학생들과 약속한 것이다. 학생들에게는 사나이를 강조해 놓고 정작 교사였던 내가 스스로의 약속을 어긴다면 어불성설이 되고 마는 것이다.

둘째, 무엇보다도 나의 건강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건강문제를 두고 나보다도 아내가 더 걱정을 하며 여러 가지로 신경을 써주었다. 하지만 내 몸은 내가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 아닌가. 그러니 금연은 나의 생활에서 첫째가는 실천 덕목인 것이다.

올해로 금연을 한 지 16년을 맞았다. 처음 얼마간은 유혹도 있었지만, 꿋꿋이 참아 내어 지금껏 용케 잘 지나왔다. 이제는 주위에 있는 지인들에게도 금연을 강조한다.

특히 내가 뿌듯하게 느끼는 것은 나와 친한 지인 한 사람을 절연하게 한 일이다. 그는 하루에 담배를 3갑 가까이 피워온 골초였는데 내 충고를 받아들인 것이다. 날이 새면 나와 함께 바둑을 두며 하루를 소일하는 편인데, 무려 5시간 이상을 지켜봐도 전혀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까 내가 보기에도 금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금연을 하고 3가지의 잉여가치를 얻었다. 첫째는 건강을 도모해서 좋고, 둘째는 환경이 깨끗해서 좋고, 셋째는 돈이 들지 않아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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