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BM 준비 발언, 美에 대화 압박
남한 내부 불안 틈타 남남갈등 유도
한미동맹 비난, 균열 노림수 드러내
남북 관계 안정적 관리 절실한 한 해
2017년, 한반도 정세가 불확실하다. 올 한 해 동북아 안보 구도도 불안정할 것 같다. 한반도 주변의 미'중'일'러 간 관계가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 가운데 핵심은 미중 관계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미중 관계 갈등 구도가 심화하고 있다. 무역, 군사, 외교 등 전방위적으로 미중 관계는 올해 파고가 심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새해 벽두에 신년사를 발표했다. 이번 신년사는 전반적으로 집권 6년 차를 맞은 김정은이 자기 식의 국방, 경제, 대남 정책을 펴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였지만, 2016년과 비교해 크게 특이한 점이 없다. 하지만 몇 가지 발언은 눈에 확 띈다.
우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라는 발언이다. 이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압박 정책으로 정리될 경우 올해 상반기라도 ICBM급 로켓 실험을 할 수도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좀 더 대화 쪽으로 가야 한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압박하는 전술로 보인다.
한마디로 ICBM급 로켓 실험을 통해 핵 능력 고도화 완성을 선언하고, 트럼프 행정부와 핵 협상을 벌이겠다는 의도다. 간접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에 밀리지 않고, 시진핑 지도부에도 단호한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 첨단 무장 장비 연구개발 사업을 활발하게 진행하겠다는 것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의 무기 실험을 지속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올해 신년사에서는 노동당의 역할을 유달리 강조했다. 당 중심으로 체제를 이끌고 간다는 기조가 또다시 확인됐다. 당을 중심으로 김정은의 입장에서 인민 생활 개선 등 경제 성과를 내놔야 하는 절박감이 간접적으로 표현된 것으로 봐야 한다. 신년사 전체 분량의 3분의 1 이상을 '경제 발전' 부분에 할애했다. 김정은은 상황이 좋지 않은 기간산업을 적극적으로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김정은은 또 자신의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거론하는 등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는 전례 없는 '자아비판' 성격의 발언을 해 주목된다. 김정은은 "우리 인민을 어떻게 하면 신성히 더 높이 떠받들 수 있겠는가 하는 근심으로 마음이 무거워진다"며, "늘 마음뿐이었고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다"고 했다. 이렇듯 북한 체제에서 무오류의 존재로 위치하는 수령이 자신의 부족함을 자인했다는 것은 너무 낯설어서 충격을 줄 정도다.
김정은은 통치 기반이 이미 충분히 안정됐기 때문에 몸을 낮춰 자책하는 모습을 보여도 별문제가 없고 오히려 민심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한 걸로 보인다. 한국 사회에서 최순실 사태를 통해 성난 민심이 정권을 붕괴시킬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표현으로도 보인다. 어쨌든 매우 이채로운 발언이다.
현재 남한의 내부 정세가 불안한 상황을 틈타 북한이 남북 관계를 주도하겠다는 의지도 이번 신년사에 표출됐다. 올해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2013년 이후 5년째 계속된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 중 박근혜 대통령의 실명을 처음 언급했다는 점이다. 북한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여부를 둘러싼 남한 내 갈등 구조의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른바 '남남갈등'을 유도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신년사는 남한 정세가 불안한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둔 이 시점에 한미동맹 균열을 노리겠다는 노림수도 드러냈다. 예년과 비슷하지만, 한미동맹에 대한 비난 수위는 여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다는 점이 그나마 다행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김정은의 신년사로 볼 때 올해의 남북 관계는 불안정성이 더 높아질 전망이다. 남북 관계의 안정적 관리가 어느 해보다 중요할 것 같다.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