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 생선을…베네수엘라 군인들이 식품 밀거래 앞장

입력 2017-01-02 19:04:14

심각한 경제난으로 국민이 기아와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에서 식량 공급을 책임지는 군부대가 식량을 빼돌려 밀거래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군에게 식량의 수입과 공급의 전권을 맡긴 뒤 군 고위 당국자가 식량 밀거래에 직접 참여하거나 리베이트를 받는 방식으로 부정부패를 저지르고 있다.

우고 차베스 전 대통령은 2004년 식품부를 신설한 뒤 농장과 공장을 국유화해 생산 부족을 초래했고 2014년 유가 급락 이후 경제난이 가중되면서 식품 수입마저 여의치 않게 됐다.

굶주린 국민이 전국적으로 폭동을 일으키자 정권을 이어받은 마두로 대통령은 군에 모든 식량과 관련한 권한을 넘겨줬다.

그러나 군은 식량 사태를 안정시키는 것이 아니라 되레 이를 이용해 부정 축재를 일삼고 있다.

식량을 빼돌려 불법 시장에서 많은 웃돈을 붙여 팔았고, 식량 값은 시장가의 수십 배까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식품을 둘러싼 부정부패는 식품부 장관인 로돌포 마르코 토레스 장군부터 세관 관계자, 항구 인근 고속도로 검문 군인까지 지위 고하를 가릴 것 없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토레스 장관과 그의 처남은 유령회사를 차려 불법 식품 거래를 한 정황이 포착되기도 했다.

AP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3년 한 식품 업체는 스위스에 있는 토레스 장관 처남의 계좌로 550만달러를 이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토레스 장관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수입한 식량을 통관시키는 세관에서는 배에 실린 식품이 썩는 한이 있어도 뒷돈을 받기 전에는 하역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남부 사업가는 "토레스 장관의 측근에게 800만달러를 준 것을 포함해 수백만 달러를 베네수엘라 당국자들에게 리베이트로 지불했다"고 말했다.

한편 심각한 경제 위기로 의료용품마저 바닥이 나면서 베네수엘라의 의료 시스템이 마비되자 인접국인 브라질로 의료 망명을 떠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보도했다.

베네수엘라와 국경을 접한 브라질 북부 로라이마 지역 병원 응급실에는 최근 몇 달 새 베네수엘라 출신 환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해 9월 100여 명이었던 이 병원의 베네수엘라 환자 수는 12월 두 배로 늘었고, 앞으로 더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WP는 전했다.

로라이마 국립병원 한 의사는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중반에는 의료용품이 모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9월에는 베네수엘라의 한 국영병원에서 신생아들이 종이상자에 담겨 있는 사진이 공개돼 베네수엘라의 의료 마비 사태의 심각성이 알려지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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