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스토리] 서화순 간바지 식당

입력 2016-12-30 05:20:01

"20년 전 고객 여전히 찾아와요"…대표음식 묵은지·돼지고기 전골

대구 수성구 두산동에 있는 서화순 간바지 식당은 좋은 재료에 정직한 손맛으로 소문난 곳이다. 현 위치로 이전 후 2년 만에 입소문을 탔다. 매출만 연간 10억원을 훌쩍 넘는다.

"20년 전 포장마차를 시작했을 때 처음 찾았던 손님들이 아직도 우리 집을 찾고 있어요. 한 번 찾았던 손님들이 그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찾고 더러 지인들과 함께 찾습니다."

하루 손님만 400여 명이 넘는다. 주인 서화순(사진) 씨의 손맛에 푹 빠진 이들이다. 대표음식은 김치전골. 묵은지와 돼지고기 팍팍 넣어 푹 끓여낸 맛이다. 겉모습은 여느 식당의 음식과 다름없지만 입속에서는 오만 가지 맛이 조화를 부린다. 한 입 베어 물면 구수한 맛에 소리까지 식감을 자극한다. 칼칼한 국물 맛도 으뜸이다. 구수한 고기에 새콤한 김치, 칼칼한 국물 맛이 3박자를 이룬다.

연탄 불고기도 자랑거리. 불고기 두께가 얇아서 양념도 잘 배 있고 연탄불에 구워 기름기가 '쫙쫙' 빠져 담백하다. 잘 숙성시킨 냉장육이라 '야들야들' 육즙이 촉촉하다.

웬일인지 식당 이름에 나오는 '간바지'는 보이지 않는다. 간바지는 '돼지의 횡경막과 간 사이에 있는 부위'다. 예전 간바지 식당을 하다 메뉴를 바꿨는데, 단골들 때문에 이름은 그대로 두었다.

주인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김치. 가창 김치공장에서 직접 만들어 항아리에 차곡차곡 담아 냉동 저장고에 1년을 묵힌다. 항아리만 400여 개에 한 해 담그는 김장만 1만8천 포기다. 다음 달에는 보다 맛있는 김치를 담그기 위해 최신형 저온창고를 마련한다. 맛으로 소문난 식당이지만 비법은 의외로 간단했다.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좋은 맛을 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김치가 잘 삭았을 때 내면 손님이 늘고 조금이라도 더하거나 덜하면 손님이 먼저 알지요."

실패 뒤에 찾아온 성공이어서 지키고 싶은 마음이 누구보다 간절하다. "남편 사업이 망해서 20년 전 처음 45만원을 들고 포장마차를 시작했어요. 어떤 날은 우동 두 그릇만 팔 때도 있었어요." 맛을 내기 위해 직접 고추를 다듬고 두부를 만들고 김치를 담갔다. 어느새 입소문을 타고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체인점 제안도 들어왔다. 그러나 '서화순' 이름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몇 차례 사기도 당했다. 고소'고발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될쯤 다른 문제가 터졌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에 건물주가 집세를 월 600만원이나 더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거리로 나앉을 신세에 처했지만 다행히 대구은행을 찾아 저리로 이사자금 등을 빌릴 수 있었다. "요즘처럼 불경기에 식당 운영은 쉽지 않습니다. 직접 챙기고 맛을 책임진다는 자세를 가져야만 손님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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