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매일신문 선정 국내외 10대 뉴스

입력 2016-12-30 05:20:01

나라 뒤흔든 '최순실·지진'…이변의 연속 '트럼프·브렉시트'

다사다난(多事多難)이란 말로도 다 설명이 안 돼 대사대난(大事大難)이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2016년이 다 저물었다.

나라 안으로는 최순실 국정 농단 사건이 온 나라를 뿌리째 뒤흔들면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몰고 왔다. 이에 앞서 4·13 총선 결과 16년 만에 여소야대 구도가 출현했고 개성공단이 폐쇄되는 등 남북관계가 급랭했다.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문제가 국내외에서 논란과 갈등을 일으켰고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시행돼 고질병으로 인식돼 온 접대문화에 일대 혁명을 가져왔다. 규모 5.8의 경주 지진은 역대급으로 사람들을 지진 공포 속으로 몰아넣었다.

나라 밖에서는 통념과 예상을 뒤엎는 대규모 이변의 연속이었다. 미국 정계의 '아웃사이더'인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가 제45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고, 영국은 유럽연합(EU)에서 탈퇴하는 '브렉시트'를 선택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신(新)냉전' 구도를 심화시켰다. 전체적으로는 기성체제를 뒤엎어야 한다는 포퓰리즘 정당과 우파 정치인, 강력한 리더십이 전 세계를 휩쓴 한 해였다.

◆10대 국내뉴스

▷한국형 집회와 시위문화, '촛불집회'

10월 29일 주최 측 추산 2만 명으로 시작한 촛불집회는 회를 거듭할수록 규모가 커졌다. 박 대통령의 3차 담화 직후인 12월 3일에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32만 명, 경찰 추산 순간 최다 인원 43만 명이 전국에서 촛불을 들어 사상 최대 규모 집회로 기록됐다. 광장에서 다채로운 방식으로 평화롭게 의견을 표출하는 시위문화에 외신들도 찬사를 보냈다. 시민들의 자발적 움직임이 '광장 민주주의'로 구현돼 기성 정치권의 행보를 오히려 견인했고, 대통령 탄핵 소추를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이번 촛불집회를 '시민혁명'으로 평가하는 시각이 많다.

▷김정은 핵 도발과 개성공단 폐쇄

북한 당'정'군의 정점에 선 김정은은 1월 6일과 9월 9일에 각각 단행한 두 차례 핵실험과 24차례의 각종 탄도 미사일 발사로 2016년 한 해 핵무기 실전 배치에 성큼 다가섰다. 국제사회는 '역대 최강'이라는 두 건의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2270'2321호)와 한'미'일 중심의 독자 제재로 맞섰지만 미'중 동북아 전략 경쟁의 빈틈을 파고든 김정은의 '핵 질주'를 막지 못했다. 한국 정부는 2월 10일,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이자 유일한 남북관계의 끈이었던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4'13 총선 새누리당 참패와 분당

4월 13일 실시된 제20대 총선은 16년 만에 '여소야대'(與小野大) 국회를 출범시켰다. 여당인 새누리당은 총 122석을 얻는 데 그쳐 과반의석을 잃은 것은 물론 원내 제1당의 지위까지 더불어민주당(123석)에 내어줬다. 14년 만에 처음으로 야당 출신 정세균 국회의장이 나왔다. 새누리당은 특히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거치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국회의 주도권을 고스란히 야권에 넘겨줬다. 급기야 새누리당은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집단 탈당으로 분당의 길을 걷게 됐다.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전격 시행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9월 28일 시행되면서 이른바 '김영란법' 시대가 열렸다. 이 법의 적용대상은 중앙행정기관, 법원, 국회, 공공기관, 학교, 언론사 등 4만여 개에 이른다. 골자는 관행적으로 진행됐던 청탁이나 금품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접대문화가 변화하게 됐으나 법 해석을 놓고 적지 않은 혼란도 발생했다. 또 농'축산업과 화훼업 등 일부 산업에는 피해도 발생했다.

▷최순실 파문과 박근혜 대통령 탄핵

'비선 실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고, 이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은 탄핵 심판대에 올랐다. 최순실 게이트의 결정적 계기는 10월 24일 박 대통령의 연설문을 포함한 청와대 비밀자료가 최 씨에게 유출됐다는 보도가 뒤따르면서다. 박 대통령이 이튿날 대국민 사과를 하고 일부 의혹을 인정했으나, 검찰의 수사 착수와 최 씨 일가를 둘러싼 각종 의혹 제기로 파장은 더욱 커졌다. 검찰의 조사요구에 불응한 박 대통령은 11월 29일 3차 대국민 담화에서 진퇴 문제를 언급했으나 국회는 12월 9일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소추안을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해 헌법재판소로 넘겼다.

▷사드 배치 논란과 중국 반발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를 목표로 내세운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국내외에서 논란이 벌어졌다. 후보지로 거론되는 곳마다 반대 집회가 열리는 등 반발이 심상치 않더니 경북 성주의 성산 포대가 부지로 낙점되자 성주 군민들의 강력한 저항이 전개됐다. 결국 한·미 군 당국은 성주 롯데골프장으로 부지를 변경했다. 한미는 내년 중 사드 배치를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중국의 압박이 거세고 원내 다수를 차지한 야권도 반대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일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진해운 청산과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국내 1위 원양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장기 업황 부진의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8월 말 결국 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해운업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글로벌 물류대란에다 국내 해운업계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면서 정부의 무능을 대내외에 과시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혔다. 이런 가운데 한때 전 세계 선박의 70%를 건조했던 우리나라 조선업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빅3'는 물론 중소 조선사도 구조조정 칼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대구공항 통합이전

10년을 끌어온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됐다. 경남 밀양도, 부산 가덕도도 아닌 김해공항 확장이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신공항 유치에 올인을 했던 지역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노무현정부에 의해 처음 제기됐고 이명박정부에 이어 박근혜정부에 이르기까지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신공항 건설이 결국 무산되자 텃밭 지역임에도 현 정부에 대한 지역민들의 불신이 극에 달했다. 대구는 결국 밀양 신공항의 대안으로 대구공항과 군사공항인 K2의 통합이전을 꺼내 들었고 국방부는 예비이전후보 대상지로 경북 군위와 의성, 성주, 고령 그리고 대구 달성 등 5개 지역을 선정해 실사작업을 벌이고 있다.

▷민낯 드러낸 법조비리 수사

부장판사 출신인 최유정 변호사가 수임료 문제로 의뢰인인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를 구치소에서 면회하다가 폭행당했다고 고소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검찰은 재판부와의 교제나 청탁 등을 명목으로 100억원대의 부당한 수임료를 받은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최 변호사를 구속기소했다. 수사 과정에서 현직 부장판사, 검사장을 지낸 거물급 변호사들까지 억대의 부정한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돼 법조계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을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다.

▷지진 일상화 속의 경주

9월 12일 경주에서 일어난 지진은 한반도가 지진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일깨웠다. 이날 오후 경주 내남에서 발생한 규모 5.1과 5.8의 두 차례 지진은 1978년 지진 관측이 시작된 이후 한반도에서 발생한 지진 중 가장 강력한 규모였다. 23명이 다쳤고 경주, 울산, 포항 등에서 5천120건의 재산 피해가 났다. 월성원자력발전소 1∼4호기도 가동을 중지했다가 3개월 만에 재가동했다. 경주 지진은 12월까지 540회 이상 여진이 날 정도로 길게 이어졌다. 경주에는 지진이 일상화된 2016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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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국제뉴스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당선

11월 8일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힐러리 클린턴을 이겼다. 억만장자 부동산 재벌 트럼프는 공화당 후보 경선에 도전했을 때만 해도 흥행을 위한 깜짝 카드 정도로 여겨졌다. 그러나 그는 유력 주자들을 따돌리고 공화당 후보가 됐고,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까지 물리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민심은 월가와 결탁한 정치 기득권층에 등을 돌렸다. '러스트벨트'(쇠락한 공업지대)와 '앵그리 화이트'(성난 백인)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에 환호했고, '샤이 트럼프'는 조용히 투표로 말했다.

▷G-2 美中 신냉전

미국과 중국은 아시아 쪽 태평양 지역 패권을 둘러싸고 첨예하게 대립하며 '신(新)냉전' 시대를 열었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팽창을 막는 '아시아 재균형 전략'을 펼치면서 남중국해에서 군사력을 과시했다. 중국은 남중국해에서 대대적인 군사훈련과 최신형 탄도미사일'전략폭격기 공개 등 무력시위로 맞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더욱 강도 높게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만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는 모습을 보이며 중국이 철칙으로 고수해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흔들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급변 동북아 정세…한반도 격랑의 시대로

북한의 4'5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결정,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등으로 동북아 주변 4강의 이해관계가 엇갈리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미국은 일본과 손잡고 강력한 대북 제재를 원한 반면, 중국은 러시아와 공조해 북한의 민생과 인도적 수요를 위협하는 제재는 허용하지 않는 기 싸움을 벌였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한 석유재벌 렉스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낙점, 냉랭했던 미·러 관계의 변화도 예고하고 있다.

▷영국, 유럽연합 탈퇴 '브렉시트'

6월 23일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은 국민투표에서 가입 43년 만에 유럽연합(EU) 탈퇴를 선택했다. 실제 개표 결과는 예측과 달리 탈퇴 51.9%, 잔류 48.1%였다. 세계 5위 경제대국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 이후 유럽 각국에서 EU 탈퇴 정당이 약진해 EU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다. 특히 브렉시트는 경제난과 테러 우려 등으로 난민 문제가 심해지면서 역내 통행의 자유를 지지하는 EU를 떠나야 한다는 반난민'반이민정서가 부각되는 기폭제가 됐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유럽 균열 분위기는 유럽 전역으로 확산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기득권 민심과 우파'포퓰리즘 득세

기득권층이 만든 체제와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치를 갈구하는 민심이 세계를 휩쓸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나 정치적 올바름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내세운 '스트롱맨' 정치인들도 득세했다. 범죄와의 유혈전쟁을 내세운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러시아를 철권통치해온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자국 내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쿠데타를 계기로 반대파를 척결하고 있는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니스'브뤼셀'올랜도, 소프트타깃 테러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IS와 극단주의에 심취해 IS를 추종하는 자생적 테러리스트(외로운 늑대)의 테러는 올해도 이어졌다. 특히 주말이나 공휴일에 일상을 즐기는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을 직접 겨냥한 소프트타깃 테러가 급증했다. 지난해 11월 13일 파리 동시 다발 테러, 3월 벨기에 브뤼셀 국제공항과 지하철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발생한 연쇄 폭탄테러, 프랑스 대혁명 기념일인 7월 14일 남부 휴양도시 니스에서의 트럭 테러 등이 연이어 발생, 민간인 사상자를 속출시켰다.

▷지카 바이러스 공포 지구촌 엄습

신생아 소두증과 뇌신경 장애를 유발하는 지카 바이러스가 확산해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다. 지카 바이러스는 남미와 카리브해 일대를 중심으로 세계 73개국에서 발견됐다. 바이러스 감염자는 150만 명을 넘는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집트 숲 모기를 통해 전파되며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의 성관계를 통해서도 2차 감염이 이뤄진다. 주요 피해국인 브라질에서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앞서 행사 연기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 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한 지 약 9개월 만인 11월 18일에 비상사태를 해제했다.

▷반이민 정서 확산

갈등과 반목이 넘쳐난 한 해였다. 이민자와 소수인종을 겨냥한 증오 범죄가 늘고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가 만연했다. 전쟁과 가난을 피해 고향을 떠난 난민들은 권리와 혜택 감소를 우려한 서구 백인들의 반난민'반무슬림 정서로 환영받지 못했다. 트럼프의 반이민 공약은 미국 유권자들의 호응을 받았다. 영국민의 브렉시트 결정을 주도한 것도 EU 내 자유로운 이동에 반대하는 반이민 정서였다. 미국에서는 비무장 흑인을 향한 경찰의 잇따른 총격 사건에 대한 반발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운동이 번졌다.

▷쿠바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타계

쿠바의 공산혁명 지도자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11월 25일 향년 90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1959년 1월 바티스타 친미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고 공산혁명에 성공한 뒤 쿠바를 이끌며 미국과 소련이 형성한 냉전체제의 한 축을 담당했다. 재임 중 반미 노선을 견지했던 카스트로는 2006년 친동생 라울 카스트로에게 정권을 넘겼고 2008년엔 공식 직위에서 완전히 물러났다. 쿠바 국민에게 '아버지'로 불린 카스트로는 고향이자 혁명 발원지인 산티아고 데 쿠바에 있는 산타 이피헤니아 묘지에 안장됐다.

▷밥 딜런 노벨 문학상 수상

이변은 문화계에서도 일어났다.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75)을 선정했다. 음악가가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1901년 노벨상 시상 이래 처음이다. 딜런의 수상은 문학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어뜨리고 문학의 지평을 넓힌 혁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딜런은 자유와 저항, 서정과 서사를 넘나드는 가사로 '음유시인'이라는 찬사를 받아 왔다. 그의 가사가 높은 문학적 가치를 지닌다는 평가만큼이나 가사를 문학의 범주에 넣을 수는 없다는 의견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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