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정지 환자 골든타임에 가장 중요한 '심폐소생술'

입력 2016-12-28 04:55:02

4분만 지켜도 死 막을 수 있어…흉부압박술 꼭 기억하세요

이혜진 기자가 실습용 마네킹을 눕혀 놓고 흉부압박을 실습하고 있다. 흉부압박은 1분에 100~120회씩 가슴 부위를 5~6cm 정도의 깊이로 압박하고 이완하는 것을 반복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이혜진 기자가 실습용 마네킹을 눕혀 놓고 흉부압박을 실습하고 있다. 흉부압박은 1분에 100~120회씩 가슴 부위를 5~6cm 정도의 깊이로 압박하고 이완하는 것을 반복한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심정지 환자 발생 시 대처법은 4단계로 나뉜다. 환자의 의식·호흡 상태를 확인한 후 119에 신고하고 바로 흉부압박을 한다. 주변의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찾아 사용한다.
심정지 환자 발생 시 대처법은 4단계로 나뉜다. 환자의 의식·호흡 상태를 확인한 후 119에 신고하고 바로 흉부압박을 한다. 주변의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찾아 사용한다.

'4분'. 펄떡펄떡 뛰던 심장이 멈춘 뒤, 삶 또는 죽음으로 갈라지는 시간이다. 심장이 멈추고 1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면 97%가 다시 살아나지만, 4분이 지나면 생존율은 절반으로 뚝 떨어진다. 환자를 살릴 '골든타임'을 지키려면 누군가는 신속하게 쓰러진 심정지 환자의 심장을 되살려야 한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하는 경우는 10명 중 1명(지난해 기준 13.1%)에 불과하다. 이는 심정지 환자가 살아서 퇴원하는 비율이 5%에 그치는 것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김근동 달서소방서 대응구조과 대응관리팀장은 "골든타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를 해야 환자가 뇌손상 등 후유증 없이 생존할 수 있다. 이는 심정지 목격자의 심폐소생술이 중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1) 흉부압박만 해도 회복 가능성 커

#분당 100~120회 심장부위 압박해야…가슴 5, 6㎝ 눌릴 때까지 눌렀다 이완

지난 21일 오전 대구 달서소방서, "팔을 곧게 펴고 좀 더 강하게 압박하세요!" 지켜보던 김근동 대응관리팀장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양손에 깍지를 끼고 실습용 마네킹의 가슴 중앙을 있는 힘껏 눌렀다. 흉부압박은 1분에 100~120회가량의 빠른 속도로 심장 부위를 압박해야 한다. 문제는 힘 조절이었다. 가슴이 5, 6㎝가량 눌릴 때까지 압박하고 풀어주는 동작을 반복해야 한다.

119신고 후 구급대원이 도착하기까지는 최대 8분이 걸린다. 흉부압박은 구급대원이 도착하기 전까지 시행해야 한다. 8분은 꽤 길었다. 얼굴은 땀 범벅이 됐고, 깍지 낀 손은 마찰로 벌겋게 달아올랐다. 김 팀장은 "심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주변 사람에게 119에 신고하도록 요청한 뒤 구급대원이 오기 전까지 중단하지 않고 심폐소생술을 해야 한다"며 "심폐소생술은 보통 흉부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를 반복하지만, 일반인은 인공호흡이 어렵다면 흉부압박만 계속해도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심폐소생술은 반드시 심장이 멈춘 뒤 4분 이내에 해야 한다. 심장이 멈추면 뇌와 각 장기에 혈액 공급이 중단된다. 이때부터 몸속 조직 안에 있는 산소가 빠르게 고갈된다. 특히 대뇌의 산소는 10초 정도면 바닥을 드러낸다. 혈액 공급이 중단된 지 4, 5분이 지나면 뇌 세포가 손상되기 시작된다. 세포 내에서 에너지 대사에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아데노신3인산(ATP)이 완전히 고갈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4~6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으면 심각한 뇌손상이 후유증으로 남을 수 있다.

김균무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심정지 환자의 70~80%는 심장 리듬이 불안정한 심실세동이 발견되는데 심실세동의 궁극적인 치료법은 심장 전기충격"이라며 "골든타임 내에 흉부압박을 하면 전기충격 치료의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2) 신고와 동시에 흉부압박 시작해야

#혈액 공급 중단되면 뇌 산소 고갈 4, 5분 지나면 뇌 세포 손상 시작

주변에 심장정지 환자가 발생하면 우선 주변이 안전한지 확인한 후 가까이 다가가 환자가 의식이 있는지 확인한다. 이때 환자를 세게 흔들지 말고 어깨를 두드리거나 꼬집어서 반응이 있는지 보고 환자가 제대로 호흡하는지 확인한다.

이어 의식이 없다면 곧바로 119에 신고한다. 이때 119에 '환자의 의식과 호흡이 없다'는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

다음으로 신고와 동시에 흉부압박을 한다. 양손을 깍지 껴 포갠 후 환자의 양 젖꼭지 사이에 올린다. 양팔을 곧게 펴 환자의 몸과 직각을 유지하고, 시선은 손을 향한다.

병원 밖에서 발생한 심정지 환자의 전기충격 치료를 위해 전국에 약 2만 대의 AED가 설치돼 있다. AED는 심장 리듬을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장비다. AED는 환자의 심실세동을 감지하면 전기충격을 줘 심장이 다시 움직이도록 한다.

3) AED 사용 때 주의해야 할 점

#전기충격 줄 때 환자 옆에 가면 안돼…회복 안되면 흉부압박·인공호흡 반복

AED는 출동한 구급대원이 가져와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빠른 응급처치를 위해 현장에 있는 AED를 일반인이 직접 사용해도 된다. AED는 500가구 이상의 공동주택과 선박, 기차, 항공기, 기차역, 터미널,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에 주로 설치돼 있다. 위치는 응급의료 정보제공 포털(www.e-gen.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AED를 켜면 자동으로 나오는 음성 설명에 따라 작동시키면 된다. 우선 AED의 전원을 켜고 환자의 몸에 전극 패치를 부착한다. 왼쪽 옆구리와 오른쪽 가슴에 각각 하나씩 붙이는 게 요령. 이후 AED가 심장 리듬을 분석해 심실세동이 확인되면 버튼을 눌려 전기충격을 준다.

김근동 팀장은 "AED가 심전도를 분석할 때와 전기 충격을 줄 때는 절대 기계나 환자에게 가까이 가면 안 된다"면서 "전기충격에도 심장 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오지 않으면, 흉부압박 30회, 인공호흡 2회를 5차례 반복한 뒤 다시 전기충격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폐소생술과 AED 사용법은 대구시민안전테마파크와 대구 각 소방서에서 교육받을 수 있다. 시민안전테마파크 홈페이지(safe119.daegu.go.kr)에 접속해 교육을 예약하거나, 소방서에 전화 후 방문하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대구응급의료협력추진단이 운영하는 '대구시 심폐소생술' 홈페이지(www.dandicpr.co.kr)에서도 교육 신청이 가능하다. 교육을 신청하면 2시간에 걸쳐 응급처치법에 대해 배울 수 있다.

도움말 김균무 대구가톨릭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김근동 달서소방서 대응구조과 대응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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