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외국인 눈에 비친 한국과 한국인

입력 2016-12-27 04: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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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국어대(스페인어 전공) 졸업. 전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 전 외교부 중남미 전문가 자문위원. 현 한
한국외국어대(스페인어 전공) 졸업. 전 한국스페인어문학회장. 전 외교부 중남미 전문가 자문위원. 현 한'칠레협회 이사

주말마다 박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

촛불-태극기 물결도 충돌 없이 끝나

깨끗이 청소하니 외국인들도 놀라

정국 놓고 상대에 쌍소리 그만해야

2002년 한국이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룬 직후 멕시코시티에서 택시를 탔다. 1984년 한국 청소년 축구 대표팀이 멕시코에서 4강을 이루어 붉은 악마라는 별칭을 얻게 된 그때로부터 2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른 후 다시 멕시코를 찾은 때였다. 호기심 많은 중남미인들이 그렇듯 택시 기사가 결혼했느냐, 직업이 뭐냐는 둥 나의 신상에 대해 이것저것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너네는 축구도 잘하지, 기술도 좋지, 그리고 미국한테 큰소리도 치지, 하여간 대단한 나라야"라고 자기가 괜히 신이 나서 한국 칭찬을 한다.

한국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고 기껏해야 태권도의 나라 정도로만 알려진 멕시코였다. 멕시코인들이 월드컵을 계기로 시골 농촌이나 광산 마을 어딜 가도 한국 축구를 이야기하고 TV와 전자레인지 등 한국산 가전제품이 전국 곳곳에 즐비하니 기술이 좋다는 말은 이해가 되는데, 미국 운운은 무슨 소린지 몰랐다. 알고 보니 당시 북한이 핵사찰 문제로 미국과 옥신각신할 때 뉴스에 '꼬레아'가 많이 나오니까 북한, 남한 구분 못 하고 미국에 지지 않고 큰소리치는 나라라고 본 것이다. 어떻든 한국이 좋은 나라라니까 나는 모른 척하고 들어주었다. 더욱 기분 좋게 들렸던 말은 "어떻게 그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와 그런 응원을 할 수 있으며 그런 인파가 휩쓸고 지나간 자리가 어찌 그리 깨끗할 수가 있느냐?"이다. 바로 '대~한민국'을 소리 높여 외치며 온 국민이 하나가 되었던 서울 광화문 광장의 모습을 뉴스를 통해 보고 그러는 모양이었다. 축구하면 멕시코고 중남미인데 그들보다 더 정열적이고 열광적이었던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우리의 모습을 일깨워준 말이었다.

언젠가 일본 TV 방송국에서 한국에 기자를 보내 한국의 모든 것을 취재해 특집 방송을 한 적이 있다. 그 결과 "한국은 절대로 일본을 따라잡지 못할 것이다. 한국인들은 매사 일을 대충대충하고 '그만하면 되었어'라고 자기 직분을 제대로 안 하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보다 더 오래전엔 주한 미국 대사가 5공화국 출범 초기의 정국과 상황을 놓곤 "한국인은 들쥐와 같아서 우르르 몰려가는 경향이 있다"라는 아주 불쾌한 말을 하여 공분을 일으킨 적이 있다. 무슨 이벤트성 행사에서 집단성을 띠는 우리의 모습을 비유적으로 표현한 것인데 하필이면 쥐를 예로 들었으니 비하성 발언으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 1987년 최루탄으로 날을 지새우던 혼란상이 집권당 대표의 6'29선언으로 하루 사이에 사라졌다. 불과 1년 후에 치른 서울올림픽은 최대 참가국에 조직적 운영으로 흑자까지 기록한 대회로 칭송을 받았다. 우리나라가 IMF 경제 위기를 겪을 때 누군가의 제안으로 시작한 금 모으기에 전 국민이 줄을 서가며 동참한 사례는 지금도 전 세계 200여 국 중에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남았다. 그뿐인가? 서해 앞바다 유조선 침몰로 바다가 기름으로 오염되는 심각한 사태가 벌어지자 해안 기름띠 청소 작업에 전 국민이 몰려들어 자원 봉사를 하였다.

어느 영국인이 쓴 '한국인이 모르는 한국'이라는 책에서 정말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여러 가지 장점이 눈길을 끈다. '국민 평균 아이큐가 세계 최고' '경제 대국인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나라' '유일한 분단국이면서 정치와 경제 발전을 이룬 나라' '유대인이 못 이기는 지구상의 희귀한 나라'와 같은 평가이다.

지금 서울 광화문 광장을 비롯해 전국에 걸쳐 주말마다 대통령 탄핵 사태를 맞아 찬반 집회가 뜨겁게 열리고 있다. 한쪽엔 촛불, 한쪽엔 태극기의 물결이 인상적이다. 물리적 충돌이 있을 법하지만 평화롭게 끝나는 모습에 세계가 다시 한 번 놀라고 있다. 세상에 그런 규모의 집회를 하고 나서 청소까지 하는 데모꾼(?)이라니? 외국인은 물론이고 우리 스스로도 놀랄 발전이다. 그런데 외국인들의 입을 더욱 벌어지게 하면 어떨까? 지금 정국을 놓고 자기주장을 열심히 하되 상대방을 향해 입에 담지 못할 쌍소리를 해대고 죽일 놈으로 몰아가는 그런 짓은 이제 그만하자. 생각이 다른 것이지 틀린 것은 아니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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