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르단강 서안 정착촌 건설 중단을 촉구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채택으로 허를 찔린 이스라엘 정치권에 강력한 후폭풍이 불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25일 성탄절 휴일임에도 대니얼 샤피로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를 총리실로 불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고, 안보리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국가들과의 외교 업무 축소, 유엔과의 관계 재평가 지시를 내렸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외교장관을 겸하고 있는 네타냐후 총리가 성탄절 밤에 미국 대사를 소환한 것은 아주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또 물러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안보리 찬성 표결을 사실상 주도했다며 맹비난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는 무엇보다 네타냐후 총리가 관계 개선에 공을 많이 들인 러시아, 중국 외에 개발도상국들이 찬성표를 던진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현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서안 전역 정착촌 건설 지지로 극우 진영 정적들과 경쟁해오면서 다른 한편으론 팔레스타인과 공존하는 이른바 '두 국가 해법'을 공개 지지하는 양다리 전략을 구사해왔지만, 이런 전략도 조만간 막다른 길에 도달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고무된 이스라엘 우파 진영은 네타냐후 총리에게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공존 구상 자체를 포기하라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국가와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은 오랫동안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법의 기본 개념으로 인식돼 왔다.
친(親) 정착촌 성향의 '유대 가정당' 지도자인 나프탈리 베네트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요르단강 서안 일부를 아예 병합하는 등 극단 조치를 취하라고 부추기고 있다. 예루살렘 히브리대학 슐로모 아비네리 정치학 교수는 네타냐후가 "쉬운 선택은 아니지만, 국제사회와 베네트 사이에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베네트도 25일 기자들에게 "영토를 넘겨줄 것인지 주권을 넘겨줄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P통신은 유엔안보리 결의가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나 기타 징벌적 조치에 관한 언급을 담고 있지 않아 단기적으로는 상징성이 다분하다고 분석했다. 또 이스라엘이 현재 정착촌 문제로 심각하게 분열돼 있으며 정보 엘리트들과 상당수 안보기관을 비롯한 사회 핵심 분야가 정착촌 건설 중단을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의 자국 내 정적들이 정착촌에 반대하는 것은 평화가 가까워졌다는 확신 때문이라기보다 이스라엘의 민주주의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과 불가분의 관계가 되면 250만 팔레스타인 주민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하고, 아니면 민주주의 국가라고 부르기가 어려워진다는 현실적 판단 때문이라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은 안보리 표결 직후 "역사적인 결정"이라며 즉각 환영했다. 사에브 에레카트 팔레스타인 협상대표는 네타냐후가 폭력과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고 협상을 재개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리아드 말키 팔레스타인 외교장관도 유엔안보리 결의는 "정착촌 건설과 두 국가 해법, 점령 종식에 관한 것"이라며 반(反)이스라엘적이라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일축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