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 '신속' 심판하되 '졸속'이어서는 안 된다

입력 2016-12-26 04:55:02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을 진행 중인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박한철 헌재 소장과 강일원 헌법재판관을 비롯해 다수의 헌법연구관이 성탄절인 25일에도 출근해 27일 2차 준비절차 기일에서 논의할 내용을 검토했다. 이에 앞서 헌재는 지난 22일 열린 1차 준비절차 기일에서 탄핵 사유 쟁점을 국회가 제출한 9개에서 5개로 재정리했다. 탄핵 사유의 유형별 압축을 통해 신속하게 심리를 진행하겠다는 뜻이다.

이는 당초 탄핵과 관련해 중요한 내용만을 선별해 판단하지 않겠다던 방침과 크게 달라진 것으로, 신속 심리에 대한 의지를 잘 읽을 수 있다. 헌재의 이런 '속도전'은 국정 공백의 장기화를 막는다는 점에서 바람직한 결정이다.

문제는 이것이 헌재의 순수한 자체 판단이냐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년 1월 내'라는 시한까지 못박으며 신속한 심판을 요구하는 야당과 역시 같은 요구를 하며 헌재 앞에서 시위를 벌인 '촛불'의 압박을 혹시나 수용한 결과가 아니냐는 얘기다. 탄핵소추의결서가 헌재로 넘어간 이후 야당의 행태는 충분히 이런 의구심을 갖게 한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의원들은 입만 떼면 신속 심판, 그것도 탄핵안의 무조건적 '인용'을 요구해왔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면 혁명밖에 없다"는 막말까지 했다.

헌재는 이런 외부의 압박에 흔들리지 않고 헌법 수호기관으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것은 사법권 독립이란 민주주의의 대원칙을 허무는, 헌재의 자기 부정이다. 그런 점에서 탄핵심판의 속도와 탄핵안의 '인용'이나 '기각'은 철저히 헌재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신속한 심판이 바람직하지만, '졸속'이 되어서는 안 된다. 탄핵 사유가 정당한지 판단은 더더욱 그래서는 안 된다.

이번 탄핵심판이 어떻게 결론이 나든 앞으로 비슷한 사건의 사법적 판단에 결정적인 판례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 치의 결점이나 오류도 있어서는 안 된다. 이는 헌재가 외부의 압력을 일절 배제하고, 오직 증거에 입각해 법률과 양심에 따라 판단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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