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잿더미 속 '금고의 선물'…귀금속 50kg·현금 8천만원 멀쩡

입력 2016-12-26 04:55:02

붕괴 우려 속 최소 인원 투입, 4지구 내 40여개 금고 건져

불이 난 서문시장 4지구 건물 내에서 진행된 물품 반출 작업 중 귀금속류와 현금 등이 발견됐다. 지난 10일 발견된 황금열쇠 등 귀금속류. 중구청 제공
불이 난 서문시장 4지구 건물 내에서 진행된 물품 반출 작업 중 귀금속류와 현금 등이 발견됐다. 지난 10일 발견된 황금열쇠 등 귀금속류. 중구청 제공

화재가 난 서문시장 4지구 내에 남아 있는 물품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20일 마무리된 가운데 상인들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대형 화재로 물건 상당수가 잿더미가 됐지만, 다행히 수억원대 재고를 건진 상인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4지구 상인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금고 등 귀금속 수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물품 반출 작업을 벌였다. 이날 하루 동안 상인 100여 명이 건물 내로 들어가 남아 있는 물품 중 그나마 쓸 만한 것들을 건져냈다.

일부 귀금속 상점 등은 약 50㎏ 상당의 금'은 제품과 연말 대금 결제를 위해 금고에 넣어둔 현금 8천만원을 꺼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대위에 따르면 이날 총 40여 개의 금고가 발견됐다. 한 귀금속점 상인은 "전날 목걸이 등을 금고에 넣어두고 퇴근한 게 천만다행"이라며 "제품을 그대로 사용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무사한 걸 보니 눈물이 쏟아졌다"고 했다.

물품 반출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과정은 쉽지 않았다. 화재로 건물 일부가 붕괴된 4지구 건물은 화재 다음 날인 이달 1일 실시한 긴급안전진단에서 E등급(사용불가) 판정을 받아 붕괴 우려 등으로 건물 진입 어려웠기 때문이다. 비대위는 구청 관계자를 설득해 '책임지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5명씩 조를 짜서 금고업체, 소방, 경찰, 구청 관계자와 함께 건물 내로 들어갔다. 신무순 비대위 재정위원은 "안전문제 때문에 최소한의 인원만 들어가 그 자리에서 금고를 열어 내용물만 건져오기로 했다"며 "금고 속에 있던 물품과 현금은 상당 부분 상태가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13일 4지구 옥상을 둘러본 상인들 사이에서도 기쁨의 눈물이 쏟아졌다. 의류와 이불 등을 보관하는 창고 7개가 모두 멀쩡했기 때문이다. 비대위 관계자는 "불 냄새도 안 날 정도로 상태가 양호해 우리 모두 환호성을 내질렀다"고 말했다. 붕괴 우려 때문에 2명만 옥상에 올라가 지게로 물품을 건져내기 시작했고, 6일에 걸쳐 1t 트럭 32대 분량의 재고 물품이 주인의 품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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