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칼럼] 4차 산업혁명, 단디 준비하여 제대로 활용하자

입력 2016-12-21 04:55:01

경북대사대부고
경북대사대부고'서울대(경영학과) 졸업. 제34회 공인회계사 합격

인공지능·로봇기술'생명과학 융합

개인 창의성'열정이 핵심 경쟁력

지도자 리더십도 핵심요소로 부각

창조경제혁신센터 터전으로 써야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지난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의 충격'이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면, 2020년까지 선진국에서는 710만 개의 일자리가 감소하고, 향후 20년간 아시아 지역에서만 1억3천7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경고가 포럼의 화두였다. 그러나, 당시 지구 반대편 대한민국에서는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고,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저임금 노동자의 대량 해고 사태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관심조차 전무하였다. 그런데 3월에 개최된 알파고와 이세돌 간 세기의 바둑 대결을 지켜보며 국민 모두가 머지않아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궁금해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인공지능과 로봇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깊은 고민과 성찰을 갖기보다는 로봇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고, 종국에는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사회가 도래할지 모른다는 걱정만이 횡행하였다. 아울러 국민들은 이를 충격이자 두려움으로 받아들이고, 사회적인 관심과 자원을 급하게 쏟아붓기 시작했다. 연일 인공지능과 4차혁명 분야의 전문가들이 TV나 일반 강연에 등장하여 전문지식을 뽐냈다. 정부나 기업은 관련 예산을 수립하고 지원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포함한 4차혁명에 대한 관심은 어느새 식어버리고, 2016년의 주요 사건 순위에서도 여러 정치적 사건에 밀려나 겨우 10위 이내에 턱걸이하는 수준이 아닐까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세 차례 산업혁명을 만들어 왔다. 이러한 산업혁명을 이끈 국가와 지역은 동시대의 사회구조를 변화시키고, 엄청난 생산력과 부(富)를 창출해 왔다. 18세기 후반 1차 산업혁명에 성공한 영국을 위시한 서유럽은 증기기관을 바탕으로 기계화 생산 설비를 등장시켰고, 전 세계에 걸쳐 식민지 제국을 건설하였다. 20세기 초반 전기'석유 및 화학 등에 기반한 2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미국은 경제대국으로 발돋움하였다. 나아가, 전자기기 및 인터넷 등을 통한 정보화와 자동화를 바탕으로 3차 산업혁명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미국은 세계 패권국의 지위를 견고하게 유지하고 있다.

한편, 현재 진행형인 4차 산업혁명은 물리적, 생물학적 경계를 초월하여 기술이 융합되고,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과거 어느 시기의 산업혁명에 비해 빠르고 광범위하게 전개될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기술 및 생명과학을 중심으로 다양한 융합을 통해 기술혁신이 가속화될 것이고, 소비자의 다양한 니즈가 시장을 만드는 수요자 중심의 경제시대로 전환될 것이다. 따라서, 기술과 시장에 대한 빠른 대응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연성과 속도가 성패를 좌우하게 되고, 개인의 창의성과 열정이 핵심 경쟁력이 된다. 오히려, 넓은 지역이나, 많은 인구는 빠른 변화에 저해 요소만 될 뿐이며, 물리적인 교역을 위한 지리적인 이점도 중요성이 낮아지고 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지역이나 기업을 이끄는 지도자의 혜안과 리더십이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경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냥 새로운 변화에 대해 두려워하며 현실과 기득권에 안주해선 안 된다.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진취적인 도전을 이끄는 리더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의 기회는 현실로 구현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박근혜정부는 전국의 17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중심으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기 위한 그 나름의 준비와 정부 및 대기업의 지원책을 실행해 왔다. 그런데 작금의 정치적 혼란기를 거치며, 창조경제는 허상과도 같은 것으로 인식되고, 창조경제혁신센터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현재 진행형이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다면 새로운 경쟁의 대열에서 도태될 것이란 점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내륙의 도시라는 지리적 불리함만을 탓하기에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변화가 너무나 크다. 부디 대구경북에서라도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애물단지로 팽개치지 말고, 다가올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여 '단디' 준비하는 터전으로 활용하길 바란다.

중앙정부와 대기업이 수천억원의 예산과 인력을 한낱 전시성 행정을 위해 쏟아붓지는 않았을 것이니, 이를 키우고 제대로 활용하는 책임은 지역의 리더에게 있다. 모두에게 비난받고 버림받을 때, 그 가치를 예견하고 준비하여 장래 성공의 발판으로 삼은 전례는 알파고를 포함하여 역사에서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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