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깃집 식당, 눈물로 보내는 연말

입력 2016-12-20 04:55:05

소고기, 김영란법 직격탄…닭·오리 AI 사태에 비명, 아예 다른 업종 전환 고민

소갈비 맛집으로 소문난 안동 운흥동 갈비골목 내 한 한우전문점. 식당 주인이 손님이 없는 빈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에다 극심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안동 갈비골목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시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김영진 기자
소갈비 맛집으로 소문난 안동 운흥동 갈비골목 내 한 한우전문점. 식당 주인이 손님이 없는 빈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에다 극심한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안동 갈비골목은 매출이 지난해 같은 시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김영진 기자

'갈비'라면 대구경북에서 빠지지 않는 안동 운흥동 갈비골목. 19일 기자가 찾아간 이 동네엔 간간이 식당 안으로 손님 서너 명만 보일 뿐 썰렁했다. 빈자리를 찾아보기 어려웠던 지난해와는 딴판이었다.

8년째 갈빗집을 운영하고 있다는 A(58) 씨는 "경기 불황에 직원을 쓸 엄두도 못내 남편과 둘이서 가게를 운영한다. 손님이 없어 일찍 문을 닫는 집이 수두룩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영란법 시행 이후 매출이 20~30%는 줄었다는 것이다.

영천 금노동 한 식육식당 주인은 "요즘 공무원과 손님이 아예 찾아오지 않아 매출이 30%나 줄었다. 가게를 운영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했다.

대구 수성구의 한 한우전문 식당 주인은 "과거에는 주먹시 등 특수 부위를 찾는 손님도 많았고, 한 테이블에서 주문하는 양도 많았다. 요즘 손님은 값싼 부위만 찾고, 맛만 보고는 이내 밥을 시킨다. 연말이라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가게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지금 정도 수준이면 문을 닫는 게 맞다"고 했다.

이 업주는 "고기를 가져오는 업체에 가보면 돼지도 재고가 많이 쌓여 있다. 돼지고기도 장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인 것 같아 고깃집이 아닌 다른 업종으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경북 고깃집 식당 업주들이 눈물과 비명의 연말을 보내고 있다. 시행 두 달을 넘긴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으로 소고기를 찾는 발길이 확 줄어든데다 조류인플루엔자(AI) 파동까지 겹치면서 닭'오리고기에 대한 기피 현상까지 발생, '고깃집 수난시대'가 닥친 것이다.

영천 청통면 한우농장 주인 김병학(56) 씨는 "고기 소비 감소로 한우 농가 전체가 소값 하락으로 울상짓고 있다. 소값이 1마리당 평균 100만원 정도 내려 사료값을 내기 빠듯해졌다. 사료값을 대려면 이전보다 소를 더 많이 팔아야 하는데 소비가 따라와 주지 않아 요즘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닭'오리고기 식당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경산에서 죽은 채 발견된 큰고니가 고병원성 AI 확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지역 내 수천여 곳의 식당 업주들은 찾는 손님이 확 줄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반 음식점업(한식'중식'일식'뷔페)의 서비스업 생산지수가 85.2를 기록, 2011년 9월(83.9) 이후 가장 낮았고 지수는 더 내려가고 있다며 업주들은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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