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묻힌 '사학비리'] "친·인척 낙하산 채용 특혜 아닌가"

입력 2016-12-20 04:55:05

사학마다 설립자 가족들 교사 근무…행정실장은 제 맘대로 앉힐 수 있어

돈을 받고 교사를 채용한 사립학교재단이 잇따라 적발되면서 사학의 '도덕 불감증'에 대해서 여론의 질타가 쏟아지고 있다.

대구 교육계의 한 원로 인사는 "사학 설립자의 좋은 취지가 2대, 3대로 내려오면서 적잖은 후손들이 학교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풍조가 나타난다"면서 "자신의 학교라는 소유 의식을 가지니 교육 정신이 희박해지고, 잘못을 저질러도 죄의식을 못 느낀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교육계 인사는 이번 교사 임용 관련 금품 수수 외에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는 사학재단의 측근과 친인척들의 무분별한 채용도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상당수 사립학교마다 재단 이사장의 형제, 부인, 자녀 등 관계자들이 교사, 교감,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이 형식적인 공모 절차는 거쳤겠지만 재단의 의지만 있으면 쉽게 채용된다"면서 "이것은 임용 비리와는 다르지만 사회정의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 특혜"라고 주장했다.

특히 사학의 행정실장 자리는 더욱 그러하다. 행정실장은 학교 규모에 따라 교육행정직 5급 또는 6급의 대우를 받는다. 공립의 경우 20년가량 걸려야 올라갈 수 있는 자리다. 재단 이사장은 행정실장을 제 마음대로 앉힐 수 있다. 학력과 경력조차 따지지 않는다. 이번에 적발된 경암재단 전 이사장의 딸은 30대 초반에 경화여고의 행정실장에 '취임'했다.

또 재단 이사장 '측근'이 행정실장 역할을 맡기도 한다. 수성구의 A재단은 과거 다른 학교에서 비리로 사법처리를 받은 인사를 행정실장으로 '영입'했다. 이로인해 구설에 오르내리자 친분 있는 B재단과 실장을 맞바꾸기도 했다.

사립학교의 한 교사는 "이러한 행정실장은 학교의 실세로 행세하며 교사에게 군림한다"며 "재단 이사장을 대리하여 각종 이권을 챙기고 비리와 불법의 연결 역할을 한다"고 전했다.

권오영 대구일반계고학부모연합회장은 "교사 채용을 미끼로 이득을 챙기고, 함량 미달 교사들에게 수업을 받아야 하는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가는 만큼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아울러 소신 있게 사학을 운영하는 재단은 보호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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