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88! 빛나는 실버]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 안승태 씨

입력 2016-12-20 04:55:05

"지휘는 60세부터, 나이 들수록 마음으로 지휘"

'인생은 60부터'란 말이 있다. 100세 시대인 요즈음 '70부터'로 문구가 바뀌었다고 하지만 참 좋은 말로 들린다. 혹여 '정말 그럴까'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릴지도 모르지만, 대구시립합창단 안승태(70)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정말 그렇네' 하고 무릎을 치게 된다.

◆산골 소년의 음악 이야기

안승태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는 1946년 포항 송라면의 한 산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집안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1남 3녀의 막내아들인 안 씨는 온 집안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면서 자랐다. 당시 최고의 선망 직종이었던 은행원이 되고자 그는 포항 동지상고에 입학한다. 자신의 넘치는 음악적 재능을 그때까지도 몰랐다.

"선친께서 농악대 상쇠(上釗)를 하셨어요. 꽹과리 제1주자이자 우두머리인 상쇠는 꽹과리 연주자 중 기예가 가장 뛰어난 사람이 맡습니다. 상쇠는 농악대원을 이끌고 놀이를 진행시키는 지휘자의 역할을 합니다. 후에 제가 합창단을 이끄는 지휘자가 된 것도 아버지께 물려받은 음악적 재능 덕이 아닐지요."

안 씨의 음악적 재능은 고등학교 2학년 때 교회 성가대 지휘를 하는 것을 눈여겨본 담임목사에 의해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전국성악콩쿠르에 나가보라는 목사의 권유에 따라 첫 출전해 2위 입상이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얼떨결에 제안을 받고 딱 한 달 연습하고 나갔어요. 어찌 보면 그 목사님이 제 음악적 재능을 일깨워준 은인이지요."

◆음악의 길로 들어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그는 계명대 음악과 성악전공으로 입학했다. 은행원이라는 꿈을 접고 음악의 길로 들어서기 위해 대구로 유학을 떠난 것이다. "처음엔 부모님이 반대하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전폭적으로 밀어주셨습니다.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는 외로움도 좋아하는 음악으로 거뜬히 버틸 수 있었습니다." 성악보다는 작곡 분야에서 월등한 기량을 인정받은 안 씨는 대학 3학년 때 작곡으로 전공을 바꿨다.

그러나 시련은 이내 찾아왔다. 소위 '외국물'을 먹어야 하는 우리나라 예술계 특성상 졸업 후 유럽으로의 유학은 필수였다. "25세에 일찍 결혼을 하고, 간호사였던 아내와 함께 독일 유학을 준비했어요. 그런데 조총련에 몸담고 있는 친척이 있다는 이유로 신원조회에 걸려 아내만 보낼 수밖에 없었지요."

결국 서울대 음악대학원으로 방향을 튼 안 씨는 석사 과정을 졸업한 뒤 대구가톨릭대와 지역의 중'고교 강단에서 후학들을 가르치는 음악선생님의 삶을 살았다. "1988년이었어요. 대구시에서 연락이 와 시립합창단을 맡을 수 있겠느냐고 요청을 하더군요. 두말하지 않고 '오케이'했지요." 2대 대구시립합창단 상임지휘자로 이름을 올린 그는 1999년까지 10년간 대구시립합창단을 이끌었다.

◆음악 뿜어내려면 경험'연륜 필요

지난해 대구시립합창단 제9대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초빙돼, 17년 만에 컴백한 안 씨는 '지휘는 60세부터'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한다. "20여 년 전 함께 활동했던 단원들과 재회한 뒤 항상 그들에게 미안하다고 말을 합니다. 그때는 젊은 시절이었으니, 지금보다 여유가 없는 지휘자의 모습이었을 테지요. 합창에서 가장 우선은 음악으로 소통하고 화합하는 것입니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사람 간의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지요."

테크닉보다는 단원들의 마음을 하나로 묶어 온몸에 내재해 있는 음악을 뿜어내게 하려면 경험과 연륜이 필요하다는 말로 해석됐다. 실제로 전국 시'군립합창단에는 60세 이상 상임지휘자가 현장에서 뛰고 있는 곳이 많다고 했다.

또 하나는 건강을 되찾았다고 했다. 그는 2008년 신장이식 수술을 받았다. 안 씨는 학창 시절 오랜 자취 생활 탓에 신장에 탈이 났다고 했다. "지난해 다시 좋아하던 음악현장에 돌아온 뒤 건강이 몰라보게 좋아졌어요. 은퇴 이후에도 반드시 좋아하는 것을 찾아 쉼 없이 일을 해야 건강하게 잘 살 수 있습니다."

"웃을 때 분비되는 호르몬인, 엔도르핀의 4천 배 이상의 효과를 지닌 다이돌핀이라는 감동 호르몬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하거나 감동을 받을 때 이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우리 몸에 기적을 일으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끊임없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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