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활연맹 창설·국립활테마파크…'활문화 도시' 과녁 키운다
'활의 고장' 예천. 대한민국 100여 년 궁도 역사 속에서 잊혀 가는 전통활 명맥을 이어온 국궁의 도시다. 이러한 예천군이 활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큰 도약을 준비 중이다. 내년 10월 예정된 제3회 예천세계활축제 기간 중 열리는 세계전통활연맹 창설과 국립활테마파크 조성 추진 등이 그 시발점이다.
활을 단순한 스포츠의 한 갈래가 아닌 문화 콘텐츠로 인식하게 해 활에 대한 국제적 시각을 넓히고 예천의 활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 매개체로 삼는다는 복안이다.
◆활의 메카 예천, 활로 국제 네트워크를 꿈꾸다
활은 전 세계 보편문화로서 활이 없는 민족, 종족, 국가는 없다. 지역과 환경에 따라 활의 재질과 용도, 활 쏘는 방식 등이 다를 뿐 활은 그 자체로 인류의 소중한 문화자산이다. 활은 과거 전쟁의 무기였지만, 이후 활쏘기는 겨루기, 그리고 수행으로 변화해왔다.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후 활은 양궁으로 규격화됐다. 이 가운데 예천이 주목한 것은 스포츠로서의 활이 아닌 유네스코가 권장하는 문화적 가치와 상징성을 가진 '활'이다. 예천은 활에 대한 역사와 전통, 인프라를 모두 갖춘 전국 유일의 고장이다. 예천 출신의 전통활 명장들이 전국으로 퍼져 국궁의 맥을 이어가고 있으며 1979년 세계양궁선수권대회 5관왕에 빛나는 김진호 선수를 비롯한 수많은 양궁 스타를 배출한 명실상부한 활의 고장이 예천이다.
이에 예천군은 2014년부터 국제 규모의 활축제인 '예천세계활축제'를 개최해 활의 고장 예천을 전 세계에 알리는 등 국제축제로 성장시켜 나가고 있다.
첫 축제는 세계 각국의 활을 선보이는 시연 중심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세계활쏘기 경연대회를 추가해 전 세계 선수들의 참여와 관중의 관심과 흥미를 끄는 데 성공했다. 부탄, 인도네시아, 터키 등 생소한 글로벌 활쏘기를 국내에 알리는 계기가 됐으며 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은 세계 각 나라의 활쏘기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시간도 가졌다.
예천군은 이런 세계활축제를 밑거름으로 세계 각국의 전통활협회 간 인적'물적 교류를 위한 세계전통활연맹을 내년 10월 예천세계활축제 기간 중 창설할 계획이다.
권두현 경북미래문화재단 이사는 "예천세계활축제를 기반으로 세계적 문화도시 예천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지역민들의 문화가 축제로 집중되어야 한다"며 "지역 주민들이 활축제를 통해 뭔가를 보여주고, 폭발할 때 진정한 세계적 축제로 승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전통활연맹 창설 준비 '착착'
예천군은 활과 관련된 문화 교류를 위해 국제적인 네트워크인 '세계전통활연맹' 창설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 몽골, 부탄에 활축제 추진위 관계자들을 보내 활을 이용한 문화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는 프랑스, 터키, 인도네시아의 활 도시 간 자매결연을 성사시키는 큰 성과를 거뒀다. 예천을 인류 보편문화인 활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힌 예천군이 2년간 예천세계활축제를 개최한 성과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네트워크 사업에 착수한 것이다.
가장 주목할 만한 국가는 중앙아시아의 활 문화를 선도하는 터키다. 터키 이스탄불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관문으로 동로마 제국의 문화와 오스만튀르크 제국의 문화가 공존하고 있으며 활 관련 문화재와 역사가 살아 숨 쉬는 세계문화유산도시이다.
이 가운데 예천군과 전통활 교류 활성화를 위한 MOU를 맺은 터키 베이올라시는 전통활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 2013년부터 옥졸라드 바흐 활재단을 설립한 뒤 매년 세계전통활쏘기 대회를 개최하는 활의 도시다. 예천군은 터키 베이올라시를 중심으로 17개국 회원을 가진 중앙아시아 활연맹협력체인 '튀르크연맹'과 전통활 문화 교류를 위한 MOU도 함께 진행 중이다.
또 예천군은 인도네시아 문화관광부 차관과 활의 도시 족자카르타주 부지사를 만나 내년 예천 세계활축제 참가 및 세계전통활연맹 참여를 약속받았다.
앞서 프랑스에서는 활의 도시 레피발루아시를 방문해 부르노 포티어(Bruno Fortier) 시장과 면담을 갖고 도시 간 네트워크를 진행하기로 했으며 활 콘텐츠, 세계전통활연맹 창설, 그리고 예천세계활축제 참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예천군은 이 같은 해외 방문 성과를 통해 내년 예천세계활축제 기간 중 세계활연맹을 창설한 뒤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예천의 활(국궁'양궁)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릴 예정이다. 또 각종 국제대회가 열리는 예천진호국제양궁장 인근에 전 세계 활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세계활박물관과 필드아처리 경기장, 양궁'국궁 활쏘기 체험장 등을 설치해 국내 최대 규모의 활문화단지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진행 중이다.
이현준 예천군수는 "세계전통활연맹은 세계인의 활문화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이를 통해 인적 자원을 구축하는 세계 유일의 전통 활문화 관련 기구"라며 "해외 방문 성과를 토대로 내년 예천세계활축제 기간 중 예천이 중심이 된 세계전통활연맹을 만들어 활의 고장 예천을 전 세계에 알릴 계획이다"고 말했다.
◆미래 성장동력 '국립활테마파크 조성' 시동
도청 이전지인 예천에 국내 최대 규모의 활테마파크 조성이 추진된다. 예천군과 경상북도는 최근 한반도 허리 중추도시의 핵심사업으로 '국립활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예천군과 경북도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국립활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한국 전통활의 정체성을 지키는 동시에 국내 활문화 저변 확대에 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다.
예천군이 현재 국립활테마파크가 들어설 자리로 점찍어 둔 곳은 예천진호국제양궁장 일원이다. 예천읍 청복리 47만8천㎡에 총사업비 2천172억원이 투입돼 활에 관한 전 과정을 망라한 종합 테마시설로 조성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활을 한눈에 보고 듣고 알 수 있는 역사관과 체험장(필드아처리 28코스), 교육센터 등이 들어선다.
필드아처리는 숲속을 걸으며 활을 쏘거나 짐승 모양의 입체 표적을 맞히는 스포츠로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생활체육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예천세계활축제에서 활사냥체험이라는 프로그램으로 첫선을 보여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국립활테마파크가 조성될 경우, 인근에 예천진호국제양궁장을 비롯해 풋살경기장, 양궁체험장, 인조잔디축구장 등 다양한 체육시설이 들어서 있어 다른 종목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
특히 신도청시대를 맞아 도청 신도시와 차로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곳에 대단위 활테마파크가 건립되면 방문 인구가 늘면서 자연스레 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높일 수 있다. 또 세계 양궁 선수 및 지도자들의 양성소로 발전시켜 예천을 세계 활의 메카로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이와 함께 필드아처리 등 스포츠 관광 상품과 연계하면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져올 수 있다는 게 예천군의 생각이다.
예천군과 경북도는 이번 타당성 검토 용역을 실시하고 용역 완료 후에는 내년도 예비 타당성 조사 신청 및 대통령 공약사업에 반영해 국가 정책 사업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또 활테마파크 조성 사업의 성공을 위해 중요무형문화재 47호인 권영학 궁시장을 비롯해 김도영 경북양궁협회 회장, 대학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사업 기획 단계부터 조성 방향을 설정한 뒤 산업적 측면과 장애 요인 및 해결 방안 등을 모색해 나가고 있다.
권영학 궁시장은 "예천은 활 쏘는 민족의 기와 전통을 고집스럽게 지켜온 명실상부한 활의 고장"이라며 "활테마파크는 활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역사관과 관람객들이 재미있게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활 체험시설을 조성해 다시 찾아올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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