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의 닭과 오리 살처분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경보를 '경계'에서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끌어올렸다. 경북 경산에서도 죽은 야생 고니의 사체에서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부산 기장군의 토종닭 농가에서 AI 의심 신고가 접수돼 AI 청정 구역이던 영남의 지위마저 흔들리고 있다. 살처분 여파로 계란값은 치솟고 닭고깃값은 곤두박질치는 등 서민 생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AI가 번지는 속도다. AI는 지난달 17일 충북 음성과 전남 해남에서 처음 확진된 후 발생 1개월 만에 살처분 마릿수가 1천600만 마리를 넘어섰다. 지난 2014년 당시 최악의 AI로 195일간 1천400여만 마리를 살처분했던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운 것이다. 당시보다 병원성은 강하고 전파성은 더 빠르다. 더욱이 AI가 번성하는 본격적인 겨울철로 접어들고 있어 얼마나 더 확산할지 짐작조차 어렵다.
AI는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최순실 사태에 묻혀 정부 대응은 한심한 수준이다. 사상 최악의 살처분 사태가 벌어진 이후인 16일을 기해서야 위기 경보를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로 끌어올린 것이 대표적이다. AI방역대책본부를 중앙사고수습본부로 전환하고, 전국 모든 시'군에 AI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설치해 현장 방역 대응 체계를 강화하라고 지시했지만 사후약방문일 따름이다. 통제 초소를 전국의 주요 도로로 확대했다지만 확산세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 사이 AI는 전국을 휩쓸고 이제 유일한 청정 지대로 남아있던 영남권마저 위협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 지방자치단체, 축산농, 국민들이 모두 나서야 한다. 정부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해야 한다. 축산농이든, 국민이든 필요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우선 발등의 불부터 끄고 장기적으로는 AI가 연례화 상시화하는 만큼 추적 예보제를 실시하는 등 대비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의 방역 활동이 겉돌아서는 안 된다. 방역 당국과 축산농, 주민들이 따로 놀아서는 안 될 일이다. 최근 AI 확진 판정을 받은 한 농장이 AI 의심 신고를 하기 하루 전 농장서 키우던 닭 10여만 마리를 방출한 일은 충격이었다. 축산농은 물론 국민 모두 AI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AI 관련 모든 주체들이 AI 확산을 '네 일'이 아닌 '내 일'로 받아들여야 AI에 재갈을 물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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