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그랜드 오픈한 대구신세계발(發) 유통 대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축구장 40개 크기의 거대 공룡 백화점이 들어서는 만큼 기존 백화점들은 고객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대비책을 내놓고 있다. 특히 대구지역 백화점 업계 매출 1위인 현대백화점의 시장 수성과 유일한 토종 백화점인 대구백화점의 생존 전략에 유통가 이목이 쏠리고 있다.
◆대구신세계
대구신세계는 '지역 사랑'에 마케팅 시위를 조준하고 있다. 지역법인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할 때 고객 신뢰가 쌓인다는 믿음에서다. 대구신세계는 앞서 대규모 채용 행사를 통해 1천여 명의 지역민을 우선 채용했다. 신세계백화점 장재영 대표이사는 "신세계그룹은 범삼성가 그룹으로 대구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대구신세계의 제1 가치를 지역 사랑과 봉사에 두고 소리 없는 마케팅으로 고객 마음을 사로잡겠다"고 했다.
실제로 대구신세계의 마케팅 기치는 '신세계 어게인'이다. 이 문구는 43년 전 신세계백화점 1호점인 명동에 이어 2호점을 대구에 낸 데 따른 인연을 강조하는 데서 착안했다.
조용한 마케팅도 지역 사랑에서 비롯됐다. 최근 서문시장의 대형 화재로 수백여 명의 상인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은 것을 두고 5억원이란 통 큰 기부를 했다.
대개 백화점이 오픈할 때면 사전에 대대적으로 상품 책자를 가정마다 발송하거나 요란한 개점 행사를 열지만 대구신세계는 DM을 찍지 않았다. 단기 매출을 올리기에 급급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지역 밀착 마케팅을 펼쳐 지역 1번 백화점을 만들 계획이다.
지역 밀착형 조용한 마케팅은 적중했다. 대구신세계는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의 초기 백화점카드 고객 8만 명보다 3배가량 많은 카드 고객을 조기에 확보했으며, 문화 아카데미 회원만도 벌써 2만여 명에 육박할 정도다. 700여 개에 이르는 브랜드는 신세계백화점 전국 16개 점포 어느 곳보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 대구신세계는 "조용한 가운데 벌이는 '낭중지추'(주머니 속에 든 송곳으로, 뛰어난 재주나 강한 개성은 도드라져 드러나게 마련이라는 뜻) 전략이 바로 대구신세계의 진짜 힘"이라고 했다.
◆현대백화점
현재 대구지역 백화점 매출 1위인 현대백화점 대구점이 과연 대구신세계와 어떤 일전(一戰)을 벌일까가 이번 유통가 대전의 최대 관전 포인트다.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대구신세계로 이탈하는 고객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매출 감소폭은 300억원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대구 최대 상권인 반월당 상권의 응집력이 현대백화점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300억원을 투입해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 공사를 마쳤다. 우선 수도권에만 있던 인기 브랜드를 최전방에 내세웠다. 대표적으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로 유명해진 케이크 매장인 매그놀리아가 내년 초 문을 연다. 국내 두 번째다. 유명 남성의류 브랜드, 남성전용 이발소 등도 들어섰다. 수도권을 제외하고 최초다. 지하 2층에 문을 연 990㎡ 규모의 서점도 현대백화점 대구점의 야심작이다.
초강수 포석도 준비했다. 바로 자사 패션 브랜드인 한섬과 지난 8일 현대백화점 그룹이 인수키로 한 SK네트웍스 브랜드를 대구신세계에 대부분 입점시키지 않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 대구점은 공연을 '무기'로 삼았다. 대구신세계 개점일인 15일 가수 바이브와 박현빈 공연을 백화점에서 펼친다. 20일엔 테너 김건우와 소프라노 서선영'홍혜란이 출연하는 오페라 토크콘서트를 진행한다. 또 17일 덱케 핸드백 전속모델인 영화배우 한예슬(오후 3시), 지오지아 전속모델 영화배우 김수현(오후 5시) 초청 행사가 열리고, 18일 전속모델인 박신혜를 초청(오후 5시)한다.
외형 불리기에도 힘쓰고 있다. 대구점은 내부 면적을 3만3천㎡에서 5만㎡로 확장했다. 공연이 열리는 백화점 7층도 대구신세계 개점을 앞두고 새롭게 꾸민 곳이다.
서충환 대구점 홍보담당은 "대구신세계 개점으로 달구벌 유통 대전에 대비해 평소 보기 어려운 유명한 인기 연예인을 백화점으로 직접 초청하는 대대적 스타 마케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스타 마케팅을 통해 대구점을 찾은 고객들의 만족도와 충성도를 동시에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대구백화점
대구백화점은 대구신세계 개점에 맞서 가장 위협을 느끼고 있는 백화점인 만큼 대대적인 조직 개편과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2013년 현대백화점 전무로 퇴사한 최관웅 사장이 지난 10월 1일 자로 사령탑을 맡으면서 부서를 줄이고 팀장급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등 군살빼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최 사장은 '강력한 추진력을 가진 불도저'라는 평을 받는 등 업계 안팎으로 두루 신임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선택과 집중을 생존 전략으로 꺼내 들었다. 식품 브랜드를 제외한 500개 브랜드가 있는 프라자점은 100개의 특화된 브랜드를 육성하고, 본점도 380개 브랜드 중 50개를 집중적으로 키운다. 만남의 광장으로 통하는 본점 앞 유동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식당가가 있는 8'9층도 리뉴얼할 계획이다. 특히 식품에는 '바잉 파워가 없다'는 전략으로 식품 경쟁력을 대대적으로 높일 복안을 짜고 있다.
최 사장은 "12월 신세계백화점 대구 상륙으로 유통 환경이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구신세계에 맞서 조직 변화 등 다양한 생존 전략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백화점
동아백화점도 전략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먼저 지역에서 운영 중인 이랜드계열의 7개(동아백화점 쇼핑점'수성점'강북점'본점, 동아마트 수성점, NC아울렛 엑스코점'경산점) 점포는 지역 상권 수성에 나선다. 패션 기업 이랜드의 강점을 최대한 살려 20~40대를 겨냥한 다양한 여성의류 브랜드는 물론 아동의류 브랜드를 강화한다. 합리적인 가격대에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이른바 가성비가 뛰어난 브랜드로 맞선다는 것.
또한 생활용품 전문점 모던하우스, SPA 브랜드 스파오와 미쏘 등 많은 고정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브랜드의 영업력을 강화하고 애슐리, 자연별곡 등 인기 외식 브랜드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가격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 브랜드의 이월상품전, 창고개방전, 특가상품전 등 다른 백화점에서는 좀처럼 진행하기 어려운 대형 기획 행사를 진행한다. 상위 20%의 고객이 아닌 합리적인 소비를 지향하는 80%의 고객을 유치하는 데 마케팅 시위를 조준하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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