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 꿈 품은 대구경북 두 단체장 '엇갈린 행보'

입력 2016-12-14 04:55:02

김관용 경북도지사 "보수가 무너지면 안돼"-권영진 대구시장 "與 책임지는 자세 필요"

새누리당 소속인 김관용 경상북도지사와 권영진 대구시장이 최근의 정치권 상황에 상반된 행보를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새누리당이 자중지란을 일으키면서 김 지사는 친박계의 구원투수로 나섰고, 권 시장은 평소 소장'개혁세력의 대표임을 자임해 왔지만 특정 계파에 쏠리는 행보는 자제하면서 정치권을 관망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의 두 단체장이 취임 때부터 '큰 꿈(대권)을 꾸지 않는 정치인이 있겠느냐'고 해온 터여서 두 단체장의 다른 행보가 더더욱 주목받고 있다.

김 지사는 13일 출범한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 중심의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의 공동 대표로 추대돼 '보수 혁신'에 앞장서겠다고 자임했다. 김 지사는 전날 본지 기자에게 "이대로 보수가 무너질 수 없다는 지역의, 아니 대한민국 전체의 요구를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분명히 하겠다"고 말해 사실상 대권 도전 의사를 시사했다.

김 지사의 이 같은 입장은 그동안 곳곳에서 감지됐다. 김 지사의 한 측근은 "교사, 세무 공무원을 거쳐 민선 기초단체장과 광역단체장 3선을 모두 역임한 풍부한 경험에다 지방분권에 대한 확고한 철학 등 대권주자로서의 품성과 자질에 손색이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또 대권 도전을 하기엔 '고령'이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서는 "나이를 뛰어넘는 열정과 젊은이 못지않은 사고와 마인드를 갖고 있다"며 "대권 도전이 확실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도 동갑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여권의 대권주자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친박이 반 총장 영입을 유력하게 모색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따른 새누리당의 사분오열로 그 가능성이 희박해지면서 김 지사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서울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뒤 대구시장 출마 때부터 '큰 꿈'에 대한 속내를 숨기지 않았던 권 시장은 요즘 정치권과 거리를 두고 있다. 권 시장은 13일 "당 문제에 개입하지 않겠다. 새누리당이 분당으로 가더라도 탈당하지 않고 시장 직분에 충실하겠다"며 애써 정치권을 회피하고 있다.

그러나 권 시장은 "현재의 새누리당은 반성하고, 성찰하고, 책임지는 자세가 필요한데 대구시장으로서의 직무에 충실한 것이 반성하는 자세라고 본다"고 말해 사실상 비주류와 가까운 정서를 드러냈다.

권 시장은 평소 유승민 의원을 비롯해 원희룡 제주지사, 남경필 경기지사, 김기현 울산시장 등과 가까이하며 소장'개혁세력의 대표임을 자임해왔다. 이들은 지난 17'18대 국회에서 각각 대표적인 당 쇄신모임인 '새정치 수요모임'(남경필, 원희룡, 김기현)과 '민본21'(권영진) 소속 의원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박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도 권 시장은 "권위 떨어진 대통령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과 법에 따라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권 시장의 평소 언행에 비춰 권 시장이 지금은 정치권에 휩쓸리지 않은 채 관망하고 있지만 "당이 깨지는 상황이 오면 자신의 정치적 색깔을 드러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지역 정가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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