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은 로마노프 왕조의 러시아 제국과 철저히 단절했다. 그러나 로마노프 왕조가 남긴 막대한 재산의 상속권은 철저히 예외였다. 이와 관련한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반(反)혁명군이 소유한 막대한 금을 둘러싼 일본과의 다툼이다.
그 시작은 1918년 3월 일본의 시베리아 출병(出兵)이다. 이는 신생 소비에트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자본주의 국가들이 벌인 반(反)혁명 '간섭전쟁'의 일환으로, 일본은 1920년 10월 철수할 때까지 총 7만2천 명의 병력을 투입했다. 이는 간섭전쟁에 참여한 미국, 영국, 프랑스 등과 맺은 협정상의 파병 규모(1만2천 명)보다 무려 6만여 명이 더 많은 것이다. 전비(戰費)도 당시로서는 막대한 규모인 7억엔에 달했다.
이렇게 출혈을 한 이유는 뻔했다. 전리품을 줍기 위해서였다. 가장 쏠쏠한 전리품은 제정 러시아 장군으로, 로마노프 왕조에 충성하는 이른바 백군(白軍) 지휘자의 한 사람인 알렉산드르 콜차크가 갖고 있던 16t의 금이었다. 이 금은 제정 러시아 중앙은행 소유였으나, 러시아 혁명이 발발하면서 콜차크가 빼낸 것이다. 콜차크는 이 금으로 일본 관동군에게서 무기를 구입했고, 남은 금도 일본군에게 '보관'을 부탁했다.
고양이에게 어물전을 맡긴 격이었다. 콜차크의 반혁명 정부가 무너지자 일본은 이 금을 그대로 '꿀꺽'했다. 그 뒤 소련은 이 금을 돌려줄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으나 일본은 들어주지 않았다. 소련은 울화통이 터졌으나 어쩔 수 없었다. 소련이 2차 대전 후 항복한 일본군 포로 60만 명을 10여 년간 억류한 것은 그 보복이라고 한다. 러시아 제국과 모든 것을 단절한 '순결(純潔)의 프롤레타리아 국가'도 금에 대한 애착은 어쩔 수 없었나 보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 "당을 떠나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그 배경에는 막대한 당 재산의 상속권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의 재산은 2015년 기준 현금 및 예금 155억원, 토지 165억원, 건물 78억원 등 무려 565억원에 달한다. 더불어민주당(146억원)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규모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당을 떠나면 이를 포기해야 한다. 그래서 당 일각에서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전국에서 제일 장사가 잘되는 고깃집을 버리고 혈혈단신 나가서 새로 창업하는 것"이란 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난다'는 말도 이제 이런 뒷말이 붙어야 할 것 같다. "단 부자(富者) 절은 예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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