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지구 상인 위해 장기 휴업…복구 추이 따라 재개장 결정
"우리는 잠깐 못 벌면 그만이지만 4지구 상인들은 재산도 장사 터전도 모조리 잃었잖아요. 그들 옆에서 웃고 떠들며 장사하기가 미안해서 한동안 영업을 쉬고 있어요."
서문시장 야시장(이하 서문야시장) 상인들이 화재 피해를 입은 서문시장 4지구와 아픔을 나누고자 생계마저 제쳐 두고 단체 휴업 중이다. 밤마다 떠들썩하게 공연과 이벤트를 하던 서문야시장이 다시 문을 열면 피해 상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이유다.
서문야시장 상인들은 지난 5일 새로운 상인 대표를 선출하고자 임시 회의를 열고서 휴업에 따른 각자의 처지를 공유하는 한편, 4지구 상인을 도울 방안 등을 논의했다.
신임 상인대표로는 허니탕수를 판매하는 이영민 씨가 선출됐다. 이날 상인들은 "4지구 상인들이 몸과 마음을 추스를 동안 휴업을 이어 가며 재충전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특히 외부에 다른 매장이 없이 이곳에서만 장사하는 상인들은 휴업 기간 생업도 제쳐 뒀다. 어서 재개장하기를 바라지만 애써 표현하지 않는 상인도 많다.
여름에 비해 손님이 대폭 줄어든 요즘은 장기 휴점이 더욱 큰 부담이다. 서문야시장은 개장 초기의 '구경꾼' 특수가 걷힌 지난 9월에야 매출이 안정됐지만, 강추위가 기승을 부린 지난달부터는 오후 8~10시에만 손님이 왔다 가니 실제 영업시간은 2시간에 그쳤다.
그럼에도 군말 없이 휴업을 이어 가는 건 이들 역시 서문시장 상인의 일원이라는 소속감을 갖고 있어서다. 상인 허지현 씨는 "매일 얼굴을 마주쳤을 이웃 상인들에게 도움은 못 줄망정 우리만 잘 되는 것처럼 보이기가 죄송스러울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6월 서문야시장이 개장했을 때, 서문야시장 상인들은 서문시장 기존 상인들로부터 부정적 시선을 수없이 받았다. 위험한 불을 쓰면서 시장을 혼잡하게 하고, 기존 점포의 손님과 주차 공간(주차타워의 매대 주차장)까지 빼앗았다는 이유다. 앞서 야시장을 도입한 다른 지역 전통시장들도 비슷한 내홍을 겪어왔다.
서문야시장 상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묵히 손님을 모으며 서문시장 활성화에 기여한다면 이곳에 녹아들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상인 권문식 씨는 "그간 다른 점포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질서'안전 확보에 힘썼다. 사고 직전까지도 소방점검에 참여하고 안전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하려던 상황"이라고 했다. 상인들은 휴업 중에도 가스안전기사를 불러 매대 조리시설의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서문야시장은 4지구 상인들의 피해 복구 추이에 따라 재개장 일시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문야시장 이영민 상인대표는 "재개장이 결정된 이후에도 한동안은 떠들썩하지 않게 차분히 영업할 계획"이라며 "피해 복구 모금함을 각 매대에 설치하는 일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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