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러시아' 석유 거물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의 초대 국무장관에 오를 가능성이 커지면서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직 경험이 전무하다는 비판과 별개로 그가 미국의 '적국'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17년간 인연을 이어올 정도로 각별하다는 게 문제의 핵심이다.
특히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을 돕기 위해 러시아가 이번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결론을 내린 상황이라서 틸러슨이 실제 국무장관에 지명될 경우 파문이 일 전망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11일(현지시간) 폭스뉴스의 '폭스뉴스 선데이'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틸러슨에 대해 "(국무장관에) 매우, 매우 근접해 있다"면서 "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세계 수준의 선수다. 러시아와도 대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고, 약 20년간 푸틴 대통령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주에 틸러슨을 국무장관 후보로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올해 64세인 틸러슨이 대표적인 친러 인사인 데다가 푸틴 대통령과 특수한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텍사스주 출신인 틸러슨은 1975년 엑손모빌에 입사해 2006년 CEO에 올랐으며 엑손모빌을 경영하면서 외국 정상을 비롯한 고위 인사들과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엑손모빌이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 등을 통해 러시아와 다양한 합작사업을 해왔고, 틸러슨은 2012년 러시아 정부훈장인 '우정훈장'(Order of Friends)까지 받았다.
이러한 점들 때문에 러시아는 틸러슨을 미국 외교수장으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러시아 하원의 알렉세이 푸시코프 외교위원장은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트럼프는 계속 놀랍다"며 "러시아와 일한 경험이 많은 틸러슨을 국무장관으로 임명하면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에서는 민주당은 물론 트럼프 당선인의 '친정'인 공화당 일부에서까지 틸러슨의 이런 배경과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대선 기간 러시아의 해킹 타깃이었던 민주당 전국위원회(DNC)는 전날 공식 성명을 통해 "공직 경험이 전혀 없는 틸러슨을 선택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라면서 "트럼프가 당선되도록 미국 대선에 개입한 푸틴에게 또 다른 승리를 안겨주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공화당에선 상원 군사위원장인 존 매케인 의원(애리조나), 대선 경선에 출마했던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과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플로리다) 등이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매케인, 그레이엄 의원과 찰스 슈머 민주당 차기 상원 원내대표(뉴욕), 상원 군사위 민주당 간사인 잭 리드 의원(로드아일랜드) 등 4명은 전날 공동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대선개입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양당의 초당적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우리의 민주적 제도가 공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우리 대선에 개입했다는 보도는 모든 미국인에게 경각심을 울려야 하는 사안"이라면서 "이는 당파적 이슈가 될 수 없다.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이 너무 크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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