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하나의 중국' 무역-북핵 등과 연계 시사…논란 확산

입력 2016-12-12 18:25:25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1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37년간 유지해 온 '하나의 중국' 정책을 무역 문제와 북핵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할 수 있음을 시사해 논란이 커질 전망이다.

 당사국인 중국은 물론 전 세계를 발칵 뒤집어 놓은 지난 2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통화가 단순한 돌발적 사건이 아니라 고도의 계산된 전략적 행보임이 점점 사실로 굳어지는 형국이다.

 이에 따라 미·중 간에 긴장이 한층 고조되는 것은 물론 양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불안정성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방영된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차이 총통과의 전화통화가 수주 간의 생각 끝에 나온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는 질문에 "다 틀린 얘기다.수주가 아니다"고 일축하면서 "전화가 걸려올 것이라는 사실을 한두 시간 전에 알았다"고 밝혔다.

 차이 총통과의 전화통화를 오랫동안 치밀하게 준비해 온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러나 중국의 반발에 대해 "중국이 나한테 뭐라 지시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승리를 축하한다'는 매우 짧은 전화통화였고 아주 좋은 통화였다"면서 "왜 다른 나라가 내게 걸려오는 전화를 받지 말라고 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솔직히 전화를 안 받았다면 (오히려) 무례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특히 작심한 듯 하나의 중국 정책을 거론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지만,무역 문제를 포함해 다른 사안들과 관련한 협상을 하지 않는다면 왜 우리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면서 "우리는 중국의 통화 평가절하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남중국해 대형 요새(인공섬) 건설로 피해를 보고 있는데 중국은 이런 것들을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중국은 북한과 관련해 우리를 전혀 안 도와준다.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고,중국이 그 문제를 풀 수 있는데 그들은 전혀 도와주지 않는다"며 북핵 문제까지 언급했다.

 발언의 맥락으로만 추정해 보면 중국이 미국에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 역시중국이 가장 민감해 하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더는 고수하지 않을 수 있다는 일종의경고 메시지를 중국 당국에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기치로 대만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미국 정부는 1972년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과 마오쩌둥 전 중국 국가주석이 만난 이후로이 같은 원칙을 유지해 왔다.

 지미 카터 정부 시절인 1979년 중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면서 대만과의 외교관계도 단절했다.다만 미국은 현재 자체 '대만관계법'에 따라 대만을 비공식으로 주권국과 동등하게 대우하고 있다.

 이 원칙은 그동안 민주,공화 양당 정권을 거치면서 한결같이 지켜져 왔고 지금의 버락 오바마 정부도 하나의 중국 정책을 강력히 지지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일단 대중 압박용 협상 카드의 성격이 짙긴 하지만,만에 하나 그가 취임 후 이 같은 구상을 실제로 실행에 옮길 경우 양국 관계가 자칫 파탄 날 수도 있는 메가톤급 현안으로 급부상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 같은 언급에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외교부는 앞서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 총통의 통화 다음 날인 지난 3일 겅솽대변인 명의의 성명에서 "세계에는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 영토의 불가분 일부분이다.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란 점은 국제사회가 공통으로 인정하는 사실"이라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중미 관계의 정치적 기초"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라인스 프리버스 백악관 비서실장 내정자와 핵심 외교참모인 존 볼턴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 등 트럼프 당선인 주변에 친(親)대만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는 점에서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실제로 하나의 중국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하고 있다.

 실제 볼턴 전 대사는 지난 1월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새 행정부는 국무부에 대만 외교관들을 공식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시작으로 대만에 있는 미국의 대표기구를 '민간협회' 차원에서 '공식 외교단'으로 격상시키고,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을 공식으로 허용하며,이어 정부 간 사업 거래를 위해 미국 최고위 관리들의 대만 방문을 허용하고 궁극적으로 완전한 외교관계를 복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볼턴 전 대사는 현재 초대 국무장관 후보군에 포함돼 있으나 다른 인사가 낙점될 경우 국무부 부장관을 맡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뉴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