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나를 좀 더 아끼는 방법

입력 2016-12-08 04:55:05

벌써 12월이다. 보통 지금쯤은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뒤를 돌아보는 시기인데, 오늘 책상에 놓인 다이어리를 보는 순간 이제까지 잊고 있었던 연초 계획이 생각나 '지금이라도 새로 시작해 볼까?' 하는 마음이 활활 타오른다.

입사 초기 선배 한 분이 '나를 좀 더 아끼는 방법'이라며 두 가지 말씀을 해 주셨다. '만약 나에게 매일 꼬박꼬박 8만6천400원이 통장에 들어온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질문에 막연하게 "당연히 필요한 곳에 모두 쓰겠지요"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자 선배 왈 "하루가 8만6천400초다. 그런데 우리는 돈은 아까워하면서 시간이 무의미하게 흘러가는 것은 아까워하지 않는다."

또 이런 말씀도 해 주셨다. "선배들과 회식도 하고 담소를 나눌 때 잡담만 하지 말고 꼭 물어볼 게 있다. '선배님 지금 제일 후회되는 것이 무엇인가요?' 그 선배에게 듣는 대답이 바로 너희들이 지금부터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마지막 남은 달력을 보니 선배의 보배 같은 충고들이 떠오른다. 그동안 나는 나를 좀 더 아끼기 위해 무엇을 해왔는가? 그냥 남들처럼 헬스, 영어회화, 한자 공부 같은 형식적인 목표에 매달려 왔지 않은가? 그러다 보니 실천은 없고 남은 것은 후회뿐이다.

반백을 넘어서는 내년에도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한 살 더 먹으면서 그냥 밥그릇 수만 늘려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당연히 그에 맞는 나만의 특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 문득 내년부터는 나 자신에게 상을 줘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부족하지만 사회 구성원과 가장으로 치열하게 살아온 것에 대한 상.

그런데 좋은 상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아마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아닐까? 바쁜 시간 속에 지나쳐왔던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그것을 찾자. 인생 많이 남지 않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좀 뻔뻔(?)하게 살아야겠다. 이제까지 남을 의식하면서 체면 때문에 꾹 참고 살아온 날이 얼마던가? 그러고선 "내가 너한테 해준 게 얼만데 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라면서 더 이상 마음의 상처를 받지 말아야겠다.

마지막으로, 유쾌하게 한 살 더 먹기다. 그러기 위해서는 변화를 기꺼이 받아들여야 한다. 노안이 온 것에도 당황하지 말고, 신체 변화도 부끄러워하지 말자. 사회생활 속에서 젊은 사람들보다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체력은 여행할 정도, 경제력은 독립을 유지할 정도, 교양은 자신의 견해를 말할 정도라면 충분하다'라는 말처럼 내려놓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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