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최순실게이트→서문시장 화재, 너무 조용한 대구의 연말

입력 2016-12-08 04:55:05

개인·기업 송년 모임 썰렁‥장기 불황 이어질까 우려

"대구 전체가 집단 우울증에 빠진 것 같습니다."

연말을 맞아 떠들썩해야 할 지역 분위기가 점점 더 가라앉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잔뜩 움츠러든 지역 경기가 살아날 새도 없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몰아친데다 서문시장 4지구 대형 화재까지 겹친 탓이다.

대구 수성구 고급 식당가는 사라진 연말 분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연말 모임 약속 장소로 일식집이나 한우전문점 등 고급 음식점은 기피 대상이기 때문이다. 대구시내 한 구청 공무원은 "예년 같았으면 이달 초부터 연말 모임을 잡느라 부산했을 텐데 지금은 나서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서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에는 직원 간 식사 모임도 꺼리는 등 모임 자체를 안 한다"고 푸념했다.

외식업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수성구 황금동의 한 횟집 업주는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연말 특수만 기다리며 버텼는데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에 서문시장 화재까지 겹치면서 작년보다 모임 예약이 30%가량 줄었다"면서 "신나는 일이 있어야 사람들이 모일 텐데 전혀 그럴 여지가 없으니 대구 전체가 우울증에 빠진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공공기관이나 기업의 송년 행사가 줄면서 호텔업계도 울상을 짓고 있다. 지역의 한 호텔 관계자는 "연회장이나 객실 예약 현황, 공연 예매율 등이 대부분 지난해 연말보다 20~30% 감소했다"면서 "예년 연말에는 공기업이나 공공기관, 기업 송년회 등이 이어지며 평일도 예약이 꽉 찼지만 올해는 주말에만 겨우 채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문시장 화재는 동창회 등 친목모임까지 얼어붙게 하고 있다. 대구의 한 공공기관 직원은 "보통 이맘때면 고교 동창회 등 모임 약속을 잡느라 바빴다"면서 "지금은 서문시장 화재 때문인지 친목모임 연락도 활발하지 않다"고 말했다.

지역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자칫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대구시지회 관계자는 "청탁금지법 기준 완화를 논의해야 할 정치권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에 휘말려 딴생각만 하고 있다"며 "이러다가 바닥 경제부터 동력을 잃어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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