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 국민·국익을 강조하더니
국정 요지경 만들어놓고 도박 게임
불탄 서문시장 방문은 명분상 '위문'
고향서 동정 구하려는 얄팍한 '사심'
대한민국의 헌정은 지금 중단 일보 직전이다. 대통령의 국정 활동은 사실상 정지된 상태이며, 내각의 존재도 보이지 않는다. 정부와 내각이 국가의 일을 할 수 있는 힘을 잃었다. 국가 기강도 제대로 서지 않는 상태에 빠져 버렸다. 어쩌다 나라가 이렇게 되었을까?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나라가 붕괴되지 않고 유지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대한민국의 힘, 성숙한 국민의 힘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파놓은 깊은 수렁으로부터 하루빨리 대한민국을 구출해 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면초가에 빠진 박 대통령이 먼저 사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워야 한다. 사실 오늘의 이 모든 문제는 박 대통령의 사심에서 비롯되었다. 공권력의 사물화, 청와대의 사택화, 국가의 사유화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최순실과의 사적 관계가 내각, 청와대, 국민과의 공적 관계보다 우선했다. 비선 라인이 공식 라인을 압도했고, 비선 조직이 공조직보다 특별했다. 한마디로 박 대통령의 개인적 사심이 오늘 사단(事端)의 시작인 것이다.
박 대통령은 말끝마다 국민, 국가, 국익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행동은 온통 사심뿐이었다. 국민을 기만하고 배신해도 이렇게까지 할 수 있을까? 국민과 결혼했다고 했던 그가 보여준 것은 대국민 사기극으로 드러났다. 역대 최저인 지지도 4%가 이를 잘 말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여전히 '나라를 위한 사심'으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혼란의 도가니가 된 비정상의 국정을 하루라도 빨리 정상화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내던질 생각은 절대 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이 살기 위해서는 국가가 더 큰 혼란과 불안을 맞아도 괜찮다는 생각일까. 아니면 자신이 살아야 나라도 살 수 있다는 생각일까. 그렇지 않으면 루이 16세처럼 짐(朕)이 곧 국가라는 생각으로 나라와 자신을 일체시키고 있는 것일까.
박 대통령은 지금 자신이 만들어 놓은 '정국 혼란판'에서 위험한 도박 게임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얼마 전 대구 서문시장 방문이다. 이 시점에 왜 대구를 방문했을까. 명목상 이유는 화재 현장에 대한 위로 방문이었다. 그러나 그의 내심은 정치적 고향 대구를 찾아 고향분들로부터 새로운 동정과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목적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추락할 대로 추락한 자신에 대한 여론 지지도를 조금이라도 올려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했을 것이다. 그는 시장 상인들로부터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모를 두려움을 갖고서 시장에 갔지만, 상인들과 대면 접촉을 할 만한 용기는 갖지 못했다. 그 흔한 악수도 하지 못했고, 떡볶이 가게에 들러 상인들과 대화 한마디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그는 서문시장을 떠나며 '불타버린 화재 현장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는 한마디를 남겼다.
그런 뒤 청와대 대변인으로부터 흘러나온 한마디는 더욱 가관이었다. "차 속에서 대통령이 울었다"는 것이었다. 이 말을 접하자마자 대통령과 청와대는 아직도 제정신을 못 차리는 '벌거벗은 임금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정을 요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고향에 내려가 동정을 구한 뒤 자신의 여론 지지도를 끌어올려 보겠다는 얄팍한 생각을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박 대통령이 갖고 있는 이런 발상이야말로 오늘의 국정 마비 상태를 초래하고 하야 국면을 만든 가장 큰 문제점인 것이다.
대통령의 사심은 깨어난 민심을 이기지 못했다. 대통령의 동정 구애는 성숙한 대구시민의 민심을 파고들지 못했다. 박 대통령은 불타버린 서문시장 화재 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이미 불타 없어진 시장 상인들의 텅 빈 마음을 먼저 추슬렀어야 했다. 박 대통령은 여전히 대구를 대한민국의 영토라는 공적 대상이 아니라 정치적 고향이라는 사적 대상으로 보는 측면이 강하다. 이러한 그의 '국가를 위한 사심'이 오늘의 헌정 중단사태를 몰고 온 것이다. 한시가 바쁜 대기업 회장들이 국회 청문회장에 나가 있는 나라, 대통령은 자신에 대한 탄핵 진행과정만 기다리고 있는 나라, 이런 와중에 북한의 해커들로부터 무차별 공격을 받아 무기 개발에 대한 기밀 정보를 빼앗기는 나라, 이 나라가 바로 오늘 우리의 대한민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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