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창 醫窓] 숙취 없는 아침을 위해

입력 2016-12-07 04:55:02

연말 송년회 시기가 돌아왔다. 경제 불황과 성난 민심으로 술자리는 예전 같지 않지만, 안주가 될 얘깃거리가 넘쳐나니 술은 오히려 술술 잘 넘어간다.

술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선사시대에도 벌꿀이나 야생 과일에서 발효된 알코올 음료를 마셨다고 한다. 역사적으로 기록된 최초의 술은 7천 년 전 바빌로니아 문명에 기록되어 있는 맥주다. 자연 발효로 만든 술은 알코올 도수가 12~15도 정도다. 하지만 8세기경 아랍인 연금술사가 증류법을 고안해 더 높은 도수의 술을 만들었고, '알 쿠훌'(에센스)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알코올'이란 단어는 여기서 비롯됐다.

우리가 마신 알코올 중 10%는 몸으로 흡수되기 전에 호흡이나 땀 등으로 몸 밖으로 배출된다. 흡수된 알코올의 대부분은 간에서 대사된다. 알코올은 알코올탈수소효소가 작용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뀌고, 다시 아세트알데히드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산과 물로 분해돼 소변으로 배출된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술의 독성 작용을 일으키고 몸의 염증 반응을 활성화시켜 숙취 현상을 유발한다.

동양인 중 30~50%는 아세트알데히드를 대사하는 효소에 결함이 있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빨개지고 숙취가 심한 사람이 해당된다. 또 여성은 남성에 비해 알코올 대사 처리 속도가 늦다. 위 점막 세포에 알코올 분해요소가 적고, 체지방이 많아 상대적으로 체내 수분량이 적은 탓이다. 이 때문에 남성과 같은 양의 알코올을 마셔도 혈중알코올 농도는 더 높아진다.

숙취를 일으키는 데는 아세트알데히드 외에도 술에 함유된 부산물이 중요한 작용을 한다. 위스키에는 주성분인 에탄올 외에도 1천300여 가지 이상의 화합물이 들어 있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술의 색깔이 진할수록 부산물의 함량이 높고, 술의 종류에 따라 부산물의 종류가 다르다. 따라서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면 해독해야 할 부산물의 종류가 많아지고 해독하는 시간이 길어져 숙취가 더 심해질 수 있다.

숙취를 예방하려면 빈속에 술을 마시거나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지 않아야 한다. 술 마시는 중에는 틈틈이 물이나 과일 주스를 마시는 것이 좋고, 탄산음료는 되도록 피한다. 탄산음료는 위벽을 자극해 알코올의 흡수를 자극한다. 과일, 채소 등의 안주를 함께 먹는 것도 좋다.

숙취 해소에는 충분한 휴식과 적절한 수분 공급이 지름길이다. 술 마신 다음 날, 정신을 차리기 위해 커피를 많이 먹는 경우도 있는데, 커피는 숙취를 오래가게 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커피가 이뇨 작용을 유발해 탈수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온음료로 수분과 당분, 전해질을 공급해도 숙취 해소에 도움이 된다. 여러 예방법이 있겠지만 숙취를 없애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폭음을 피하고 적정량을 마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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