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대형화재] 1년 전 소방점검때 양호하다더니… 불나니 '속수무책'

입력 2016-12-07 04:55:02

멀티탭·배선상태 10% 불량, 전기시설 "보수 필요" 진단

6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피해 상인들이 지하주차장 창고에 들어가 물품을 반출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6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피해 상인들이 지하주차장 창고에 들어가 물품을 반출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대형화재가 발생한 서문시장 4지구가 2015년 화재 안전진단에서 전체적으로 안전 판정을 받았으나 멀티탭과 콘센트 등 발화 위험성이 있는 전기시설 부문에서 보수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불량 전기시설

중소기업청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한국화재보험협회 등에 의뢰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5년 전통시장 화재 안전진단 종합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서문시장 4지구의 멀티탭과 배선 상태 양호율이 90.8%(596개 중 55개 상태 불량)였다.

또 불량으로 확인된 4지구의 멀티탭과 콘센트의 보수 비용으로 각각 192만5천원, 166만원을 산정했다.

보고서는 "전기시설 불량의 경우 화재 발생 및 감전 등 점화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조속히 수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경찰은 이번 화재 원인을 누전이나 합선 등 전기적 요인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복도등이나 유도등의 경우 24시간 전기가 공급되는 탓에 4지구 내부 복도를 유력한 발화 지점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보고서는 그 외 소방설비 부문은 양호한 것으로 평가했다.

지난해 6월 22일부터 26일 사이 이뤄진 조사에서 4지구는 632개 점포당 하나씩 소화기와 스프링클러, 화재감지기를 갖추고 있었고 상태도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화재 수신기와 피난 유도등도 양호했고, 가스설비도 이용하지 않고 있었다. 서문시장 상가연합회 관계자는 "2005년 2지구 화재 트라우마로 소방설비를 대형마트나 백화점 못지않게 갖추고 있다. 관리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수많은 소방설비보다 발화 원인 차단

상당수 전통시장은 노후 건물의 구조적 문제와 포목'의류 등 급속도로 불에 타는 화학 섬유류가 많아 불길이 빠르게 확대될 우려가 높다. 4지구처럼 각종 소방설비를 갖추고 양호한 상태로 유지하더라도 공간적 특성 때문에 큰불로 번지기 쉽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우수한 소방설비보다 전통시장 상인들의 화재 인식 변화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전통시장 화재의 절반 이상이 누전,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발생한다고 밝혔다. 상당수 전통시장에서 노후화된 전기시설을 사용하거나 임시 배선 등을 사용해 화재 발생 위험이 높기 때문. 특히 전열기구 사용이 급증하는 겨울철에는 무분별하게 전기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소방 관계자는 "멀티탭에 지나치게 많은 전열기구를 꽂아 사용하거나 먼지 등 이물질이 쌓여 있는 경우 화재 위험성이 매우 높다. 전통시장 화재가 겨울철에 많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전통시장에 대형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소방통로의 좌판이나 적재 물품 등으로 소방차 진입이 더뎌지는 점도 상인들의 인식 개선을 통해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문시장의 경우도 바닥에 소방통로를 알리는 선이 그어져 있지만, 평소 좌판들이 버젓이 소방통로를 점거한 채 영업하고 있었다. 소방훈련이나 공무원 계도 때만 잠시 선 안으로 옮겨졌다 다시 소방통로 위에서 장사하는 모습도 흔히 목격됐다.

경일대 공하성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 방지를 위한 법 규제나 단속 등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상인들 스스로의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안전성이 검증된 배선'배관을 사용하고 화재에 취약한 시간대인 영업 이후에는 반드시 좌판과 적재물품을 깨끗하게 치워 소방통로를 확보한다는 의식이 이제는 자리 잡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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