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시장 대형화재] "주차빌딩·옛 계성고 어려움"…돌파구 못 찾는 대체상가

입력 2016-12-06 04:55:02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피해 상인들이 5일 오전 상황대책본부에서 대체상가 부지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피해 상인들이 5일 오전 상황대책본부에서 대체상가 부지와 관련해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서문시장 4지구의 대체상가 선정 문제가 난항을 겪고 있다.

유력한 대체상가로 논의되던 서문시장 내 주차빌딩과 옛 계성고 모두 현실적인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옛 롯데마트 내당점과 달성공원 부지 등 다른 후보지도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피해 상인들이 부정적 입장을 취해 대체상가 논의는 원점으로 돌아간 모양새다.

◆주차빌딩

화재 발생 직후 피해 상인들이 희망했던 대체상가 1순위는 서문시장 내 주차빌딩이었다. 4지구 바로 옆에 위치해 접근성이 뛰어난 것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혔다.

4지구 피해 상인들은 대구시와 중구청 등과 논의를 했지만 사실상 주차빌딩은 어렵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는 분위기다. 대체상가로 활용될 경우 주차장을 활용하지 못하는 타 지구 상인들의 반대 여론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실제 11년 전 서문시장 2지구 화재 때도 피해 상인들이 주차빌딩을 대체상가로 활용하겠다는 의사를 표했으나 주변 상인들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4지구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관계자는 "대구시로부터 다른 상인들의 동의가 있을 경우 주차빌딩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받았지만 (주변 상인들의) 반대 여론이 많았다"며 "현실적으로 주차빌딩이 어렵다는 점은 피해 상인들도 공감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옛 계성고 부지

피해 상인들이 원하는 차선책은 옛 계성고 부지다. 서문시장과 인접해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에서 피해 상인들이 대체상가로 선호하고 있다.

하지만 4일 비대위와 중구청 관계자 등이 옛 계성고 부지를 방문한 뒤 내려진 결론은 '현실적으로 어렵다'였다. 동행한 전국재해구조협회 관계자는 아예 '불가' 판정을 내렸다. 건물이 노후화돼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현행법상 상가 건물의 바닥은 1㎡당 5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어야 하지만 옛 계성고 건물 바닥은 최대 180㎏만을 버틸 수 있도록 설계돼 안전사고 가능성이 상존한다. 게다가 보강공사를 하려면 설계, 소방시설, 냉난방시설 구비에 1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대체상가로서 의미가 없어진 셈이다.

옛 계성고 운동장 자리에 상가를 짓는 방법도 나왔지만 비용 문제가 따른다. 해당 부지에 새 건물을 지으려면 130억원 정도가 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인들도 잠시 머무를 공간에 이 정도 비용을 부담하는 데 대해 반대 여론이 팽배한 상태다.

비대위 관계자는 "계성고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었지만 이마저도 학부모들의 반대가 심하다"며 "상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지는 주차빌딩과 옛 계성고 부지 둘뿐이지만 현실적으로 둘 다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옛 롯데마트 내당점

피해 상인들이 원하는 두 부지가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 자연스레 눈길이 가는 곳은 서구에 위치한 옛 롯데마트 내당점이다. 해당 부지는 2지구 화재 때 상인들 사이에 대체상가를 놓고 갈등을 겪다 결정된 곳으로 현재 건물이 비어 있고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피해 상인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비대위는 2005년 화재 당시 해당 부지로 이전한 2지구 상인들이 떨어지는 접근성 등으로 손님이 크게 줄어든 전례가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비대위 관계자는 "4지구는 완제품을 판매하는 소매점 위주여서 도매 위주였던 당시 2지구 때보다 매출이 더 떨어질 수 있다"며 "옛 롯데마트 내당점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 과거 서문시장 3지구 화재(현재 동산상가'1976년 12월) 때 대체상가로 활용됐던 달성공원 정문 앞 노상을 활용하자는 얘기도 나왔지만 지지부진한 상태다. 노기호 비대위원장은 "주차빌딩과 옛 계성고 부지 외 다른 곳은 단점이 너무 커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달성공원 안도 최악의 상황에서나 생각해 볼 문제"라며 "상인들 간에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원하는 대체부지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구청 관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피해 상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부지로 이전하는 것"이라며 "비대위에서 의견을 모아 중구청에 전달하면 이를 바탕으로 대구시와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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