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프로파일러에서 배우로 전향한 김윤희 씨

입력 2016-12-05 04:55:08

"난 어떤 사람? 행복한 삶이란? 셀프 프로파일링, 찾은 답은 배우"

범죄 프로파일러에서 뮤지컬 배우로 180도 직업을 바꾼 김윤희 씨. 뮤지컬
범죄 프로파일러에서 뮤지컬 배우로 180도 직업을 바꾼 김윤희 씨. 뮤지컬 '미스코리아' 출연이 대구와의 소중한 인연을 만들어줬다.

뮤지컬 '미스코리아'진주 역

"주머니 얇아졌지만 행복

대구, 날 미소짓게하는 도시"

"대구는 제게 뮤지컬을 향한 열정을 불어넣어준 도시입니다." 8일(목)~11일(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미스코리아'에 '진주'라는 극 중 인물로 출연하는 배우 김윤희의 사연이 이채롭다. 서강대 경영학과(심리학 복수전공)를 졸업한 그는 범죄자를 인터뷰하고, 범죄현장에서 사건 관계자들을 만나는 범죄 프로파일러로 활동하다 지난해 초 배우로 전향했다. 직업 대변신을 시도한 이유는 '행복한 삶은 무엇인가' '나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셀프 프로파일링의 결론 때문이었다.

김윤희는 고민 끝에 경찰청 프로파일러 직업을 내던지고, 배우의 길을 걷고 있다. 과감하게 새로운 길로 들어선 그는 이제 대구에서 자취를 하면서 뮤지컬에 도전하고 있다. 주말까지 반납하며, 혹독한 연습에 몸과 마음이 지칠 만도 하지만 연습실에서 만난 그의 표정은 언제나 '스마일'이다.

극 중 '진주'라는 인물은 1980년대 후반 대학생으로 학생운동에도 적극 참여하고, 음악밴드 활동도 하는 활동적이며 의지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 배역에 만족한다. "선배를 '형'이라 부르고 패션도 중성적인 여대생이지만 사랑 앞에서는 서투르고 소녀 같은 순수한 사람입니다. 이런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하게 돼서 너무 행복합니다."

배우로서는 아직 새내기지만 김윤희의 프로파일러 경력은 화려하다. 연쇄살인범 정남규 사건, 마포 연쇄 성폭행 사건(일명 '마포 발바리' 사건), 신정동 연쇄살인 사건(드라마 '시그널' 홍원동 사건), 노들길 살인사건, 아현동 연쇄 방화사건 등에 참여했다.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끔찍한 사건 속에서 정작 힘들었던 것은 처참한 시체, 피비린내와 썩은 냄새보다는 프로파일러로서 중심을 잃고 흔들리는 자신을 보는 것이었다.

그는 "프로파일러는 숭고한 직업이자 현재의 나를 있게 한 멋진 직업이지만, 거짓을 태연하게 얘기하는 범죄자들과,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처럼 웅크린 피해자와 유가족들을 볼 때 가슴 아팠다"고 회고했다.

프로파일러에서 배우가 된 이후 경제적으로는 많이 궁핍해졌다. 정해진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생활하기에도 벅찬 얇은 출연료에 기대어 살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사표를 내기 전 예상은 했지만, 힘든 건 사실입니다. 과거 안정적인 삶에 대한 미련은 없는데 부모님께 걱정을 끼치는 자식이 된다는 건 심적으로 괴롭습니다. 그래도 한번 선택한 이상 이 길을 꿋꿋이 힘차게 걸어갈 겁니다."

김윤희가 배우로 전향한 이후 첫 출연작은 음악극 '체홉의 봄'여름'가을'겨울'. 배우로 더 배움을 길을 걷고자 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뮤지컬학과에도 입학했다. 그 후 연극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tvN 드라마 '시그널'에도 출연했다. 지금까지 맡았던 역할은 창녀, 푼수 화가, 우울한 사람 등의 조연이었다.

연말 뮤지컬 '미스코리아' 출연 때문에 대구라는 도시에 첫발은 내디딘 김윤희는 "대구는 날 미소 짓게 하는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첫 짝사랑이 대구 남자여서 그런지 대구를 생각하면 입꼬리가 올라간다"며 "대구는 내 배우 생활에서 낯섦을 도전과 희망으로 바꿔주고, 용기와 힘을 갖게 해주는 곳"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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