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를 담당하는 좌측 뇌에 기능상 문제가 있을 경우, 이러한 기능을 보상하기 위해서 주로 우측 뇌가 정상인에 비해 훨씬 더 정교하게 발달할 수 있다. 그 결과 사물을 전체적이고 상대적인 관점에서 입체적, 창조적으로 볼 수 있는 우측 뇌의 기능이 강화된다, 난독증을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을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취약한 언어적 기능 대신 우측 뇌의 보상을 월등히 받았다.
즉 난독증이 준 선물을 받은 경우이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아인슈타인은 시간을 좋을 때와 고통스러울 때로 나눠 시간에 대한 경험이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시간을 상대적인 관점에서 관찰하여 상대성 이론을 발견하였다. 그는 학창 시절 틀에 박힌 언어 중심의 교육에 좌절하고 흥미를 잃었으나, 특허청에서 근무하면서 발명품들을 접하게 되었고 이것이 그의 창조적인 천재성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게 되었다.
이 밖에도 레오나르도 다빈치, 윈스턴 처칠, 에디슨, 톰 크루즈 등 난독증을 극복한 사례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현재의 교육 환경 평가 방법에서는 난독증은 장애로 분류되지만 다르게 보면 세상과 커뮤니케이션하는 방식 차이에 불과하다.
선진국의 경우 난독증의 개념, 원인, 역학 등에 대한 연구가 오래전부터 이루어져 이러한 사람들이 실패자가 되지 않고, 이를 극복하도록 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낙오자 없는 교육법'(No Child Left Behind Act'NCLB), '장애인 교육법'(Individual with Disabilities in Education Act'IDEA), '장애인차별금지법' 등의 법률에 의해서 국가에서 난독증 진단 평가의 지원 및 교육적 혜택을 주고 있으며, 공립학교에서 '개인화된 교육 프로그램'(Individualized Education Program'IEP)을 통해 난독증 학생에 대한 무상 맞춤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연방법에 제정된 '개인화된 교육 프로그램'은 학부모가 학교 측에 검사를 의뢰하면 학교는 일정 기간 내에 검사에 응하도록 하는데, 검사 결과 난독증이나 그 유사한 장애가 있다고 판명되면 학교는 관련 프로그램을 아동에게 무상으로 제공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육 시스템에서 난독증 학생들은 언어적 취약성으로 인해 학습부진으로 좌절하거나 조기 유학을 떠난다.
그러나 문제는 외국으로 간다 해도 개선되지 않거나 수년간 유학을 갔다가 돌아와도 국내 교육 환경에 더욱 적응하지 못하는 게 일반적인 현실이며, 게다가 이들 비율이 전체 학생의 15~20%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난독증을 지금처럼 교육 시스템에서 무시하고 방치한다면 개인은 물론 가정 및 사회 문제가 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이 가진 잠재적 재능이 사장됨으로써 입을 국가적 손실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한 인물들 외에도 최근 미국 내에서 경제적으로 성공한 300명을 조사해 봤더니 약 40%가 난독증이 있었다는 사실이 그 근거를 입증한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난독증이란 용어가 아직도 생소한 이유는 사회적 관심 부족으로 체계적인 연구가 없었고, 한글이라는 우수한 문자 체계를 가져 사회통념상 지능이 낮은 경우가 아니면 글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난독증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결과로, 단순히 글을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습득하는 일련의 과정에 단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고,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의 차이라는 것을 먼저 인식해야 한다. 인구 감소로 한 명의 자원이 소중한 이 시점에 세상의 편견으로 낙오자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이러한 군에 속한 사람들을 제대로 평가하고 교육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인공지능(AI)의 발달이 가속화될수록 인간의 창의성은 미래사회의 핵심 동력원이 될 것이고, 이는 난독증에 대한 생각을 장애가 아닌 신의 선물로 받아들이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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