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시 상모동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서 1일 오후 방화로 보이는 불이 났다. 불은 10분 만에 꺼졌지만 추모관이 전소돼 박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영정 등이 불탔다. 경찰은 용의자가 가방에 시너가 담긴 플라스틱 통과 휴지 등을 가졌고 "딸 박근혜 대통령이 하야하지 않아 불을 질렀다"고 진술한 점에 미뤄 범인으로 보고 있다. 말하자면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박 대통령에 불만을 품고 분풀이로 불을 지른 듯하다.
이번처럼 특정 인물에 대한 불만으로 방화를 하거나, 관련 시설이나 기념 조형물을 훼손하는 일은 흔치 않지만 가끔 빚어지는 일이다.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와 관련하여 박 대통령 조형물을 훼손한 최근의 일이 그렇다. 지난달 17일 밤에 일어난 대구시 중구 삼덕동의 박근혜 대통령 생가터 조형물 훼손 사건이다. 이는 지난 2013년 박 대통령 취임을 기념해 대구 중구청이 세운 조형물로, 누군가 붉은색 페인트로 훼손해 곧바로 다음 날 철거됐다.
이에 앞서 2012년 12월 대구시 동구 신용동의 노태우 전 대통령 생가 방화 사건도 같은 맥락에서 발생한 일이다. 방화범은 전직 대통령의 부정 축재 등에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노 전 대통령 생가 방화범이 이번 구미 박 전 대통령 생가 방화 용의자로 밝혀졌다. 그는 또 2007년 2월 서울 석촌동의 사적 101호 삼전도비도 붉은색으로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인물에 의한 비슷한 범죄의 되풀이여서 걱정스럽다.
사실 민주 사회에서 특정 인물과 그 업적 등을 둘러싼 평가와 감정은 같을 수 없다. 다름은 마땅하다. 그에 따른 불평과 불만도 어쩔 수 없다. 이는 한국전쟁 때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한 유엔군 총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의 인천 자유공원 내 동상 철거 여부를 둘러싼 10년 넘은 해묵은 찬반 갈등이 좋은 사례다. 박 전 대통령과 박 대통령 부녀에 대한 평가와 찬반 감정 역시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사적 감정의 사적 분풀이 행위는 의사 표현의 자유와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생각과 평가, 감정과 다르다는 이유로 사적인 응징과 분노 해소에 나섬은 공공의 안녕과 사회 질서를 위한 민주주의 법치(法治)를 부정하는 일과 같다. 민주 사회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해치고 거스르는 일일 뿐이다. 되레 또 다른 응징과 분노를 낳고 이는 사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다. 결코 공동체 유지에 도움되지 않는 반사회적 범죄에 불과한 만큼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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