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드나들던 가게 어디 있는지 모를 만큼 처참"

입력 2016-12-02 04:55:02

4지구 화재 현장 직접 가보니…

서문시장 4지구 화재 현장은 참혹했다. 4지구 건물 외벽은 대부분이 무너져 내려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이틀 전만 해도 옥상이었던 녹색 우레탄 바닥은 지상 5m 높이까지 내려앉아 있었고, 진화 작업을 벌이는 소방관들은 그 위에 올라가 쉴 새 없이 물을 뿌렸다.

평소 서문시장을 찾는 손님들의 시선을 빼앗던 형형색색의 간판들은 새까맣게 타버린 채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4지구 건물 외부에 진열돼 있던 일부 가죽 재질의 가방들은 타지 않고 그을음만 간직한 채 널브러져 있었다. 그나마 무너지지 않고 남은 북편 내벽에도 기존에 촘촘히 건물을 지탱하던 철골 일부가 휘고 끊겨 있는 모습이었다. 쓰러지고 불에 탄 '4지구 종합 도매 상가'라는 대형 간판과 매달 둘째, 넷째 토요일 4지구 할인 행사를 알리는 플래카드는 얼마 전까지 손님들이 끊임없이 드나들었던 현장을 상기시켜 보는 이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상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화재 현장을 가까이서 지켜보기 위해 4지구 건물과 맞닿아 있는 주차 빌딩에 모여들었다. 잔불이 있는 곳에 소방관들이 뿌린 물이 끼얹어지며 다량의 연기가 발생하자 한 상인은 헛구역질을 하면서도 자리를 지켰다. 이모(69'여) 씨는 "가게가 비교적 바깥쪽에 나와 있어 혹시나 일부 물건을 건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에 올라왔는데 현장을 보니 말이 안 나온다"며 "가게가 정확히 어디였는지도 모를 만큼 건물이 무너졌는데 뭘 바라겠나"라고 말했다. 온통 새까맣게 타버린 참혹한 현장을 바라보다 결국 울음을 터트린 상인도 있었다. 4지구 건물 3층에서 옷가게를 해 온 김경철(68) 씨는 무너진 건물을 바라보며 "저곳은 내 40년 인생이 담긴 곳이다. 어젯밤에 집에 돌아갔지만 한숨도 못 자고 새벽부터 나왔다"며 "1980년에 점원으로 들어와 지금 사장이 되기까지 청춘을 바쳤는데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었다"고 말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인근 상가의 상인들도 장사를 접고 피해 상인들이 모인 주차 빌딩에 찾아와 마음을 가누지 못하는 동료들을 위로했다. 상인 이모(69'여) 씨는 "가게가 700개나 되는데 그럼 딸린 식구가 거의 3천~4천 명은 되지 않겠나. 당사자가 아니지만 현장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은 매한가지"라며 "더욱이 11년 전 2지구 화재 때는 발생 지점이 서문시장 외곽이었지만 4지구는 한복판이 아닌가. 다른 지구 상인들도 피해자라는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밤낮없이 진화작업을 벌이는 소방관들도 처절한 모습이었다. 밝은 노란색 방화복은 하나같이 검게 그을어 있었고 얼굴에는 지친 기색이 가득했다. 허탈함에 눈물과 분노만을 쏟아내던 상인들도 소방관 얘기가 나오자 안쓰럽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아진상가에서 옷 수선 가게를 하고 있는 한 상인은 "현장에서 나오던 소방관 한 명이 휴대전화를 꺼내는데 손을 사시나무 떨 듯 떠는 모습을 봤다. 아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들을 깨워야 한다더라"며 "잔뜩 지친 모습으로 '아들, 학교 갈 시간이다. 일어나야지'하고 말하는데 눈물이 왈칵 났다. 너무 고맙고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소방관들이 잔불 정리에 총력을 기울이는 동안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등과 합동으로 하루 종일 현장 감식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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