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129명 번호 급속 확산, 반대파·지지자에서 항의 빗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전화 테러와 문자 메시지 폭탄으로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여당 의원 전체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최근 인터넷에 유출되면서 대통령 탄핵 찬반 단체나 지지자들로부터 항의 전화와 문자가 빗발치고 있어서다. 탄핵 찬성 입장을 밝힌 몇몇 의원 사무실에는 친박 성향의 대통령 지지자들이 "탄핵하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전화가 폭주해 보좌진들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다.
여당 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가 유출된 것은 지난달 30일 밤부터다. 인터넷에 떠도는 '새누리당 20대 국회 당선자 연락처'라는 제목의 글에는 여당 성향 무소속을 포함한 의원 129명의 휴대전화 번호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해당 글은 각 의원의 지역구까지 표시했고, 이 게시물은 포털사이트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다.
번호가 유출 뒤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화와 문자 폭탄에 시달리고 있다. 여당 텃밭으로 여겨진 대구 출신 의원들도 예외는 아니다.
대구의 한 초선 의원은 '의원님도 최순실에게 공천 받은 거 아니면 탄핵해서 오명을 씻어라' '의원님을 믿고 지지한 주민이다. 탄핵에 동참하지 않으면 주민소환제로 의원 자격을 박탈하겠다'는 탄핵 촉구 문자를 수십 통 받았다. 그는 "문자 메시지를 수시로 지워도 자꾸 쌓인다. '탄핵에 동참하라'는 내용이 대부분"이라면서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계속 걸려와서 통화 버튼을 누르기가 무섭다"고 털어놨다.
탄핵 찬반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은 의원들은 탄핵파와 반대파 양쪽에서 공격받고 있다. 대구의 또 다른 의원은 "탄핵해야 한다고 항의하는 분들도 있고, 어떤 분들은 '탄핵하면 안 된다. 보수는 말없이 지켜보고 있다'고 압박한다"며 "전화를 꺼둘 수도 없어 난감하다"고 하소연했다. 몇몇 의원들은 "개인정보 유출이다. 유포자를 찾아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여당 의원 보좌진들도 사무실로 빗발치는 항의 전화 때문에 힘들어 하고 있다. 특히 탄핵 찬성을 공식적으로 밝힌 대구의 한 의원 사무실에는 친박 성향의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항의 전화를 걸어와 전화 회선 하나를 끊기도 했다. 또 다른 의원실 보좌진도 "전화에 모두 대응하면 일을 할 수 없다. 안 쓰는 휴대전화로 사무실 전화번호를 돌려놓고 업무를 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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