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천300조원을 돌파한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를 옥죄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대책이 겉돌고 있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송곳 처방을 위해서는 가계부채 부실 가능성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최악의 상황까지 대비하는 주도면밀함이 필요하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아직까지 가계부채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2금융권의 대응능력평가조차 실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은 29일 매일신문의 '제2금융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문의에 대해 "아직 실시하지 않았다"(상호금융검사국)거나 "내부 자료이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저축은행감독국)고 답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는 '금융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의 줄임말로 주택가격, 금리, 환율 등 특정 거시경제변수의 급격한 변동을 가정하고 이러한 상황에 대해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일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작업이다.
금융전문가들은 그동안 이구동성으로 가계부채 부실이 발생할 경우 시중은행보다 제2금융권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해왔다. 제2금융권의 경우 담보능력이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거절된 대출 희망자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정치권과 학계에선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은 부실 가능성이 큰 제2금융권에 집중돼야 한다고 조언해 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3분기 말 현재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농협,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규모는 277조7천억원에 달한다. 전분기보다 11조1천억원 늘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대처는 미온적이다. 농협'수협'축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을 감독하는 금융감독원 상호금융검사국은 가계부채 문제가 코앞으로 닥쳤지만 아직까지 수감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지 않았다.
임철순 상호금융검사국장은 29일 매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상호금융기관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소규모 조합 등에 대한 자료취합 등의 어려움이 있어 아직까지 한 번도 실시한 적이 없다"며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실시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을 감독하는 저축은행검사국은 주기적으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고 있지만 공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윤창의 저축은행감독국장은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규모는 16조원 남짓이라 전체 가계부채 문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저축은행 사태 후 업계 동향을 예의주시하기 위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주기적으로 진행하고 있지만 '추정치' 공개 시 시장동요가 있을 수 있어 공개는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정무위원회 정태옥 새누리당 의원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범정부적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금융감독원이 가용한 조치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가계부채 부실의 직격탄에 노출될 우려가 큰 서민금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스트레스 테스트의 경우 그동안 적중률이 높지 않았기 때문에 절대적인 위기대비책으로 간주하기는 힘들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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